요란한 서민금융상품, 실적은 빈수레

요란한 서민금융상품, 실적은 빈수레

입력 2010-04-08 00:00
수정 2010-04-08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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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금융처럼 서민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금융상품들의 실적이 당초 예상치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소득이나 신용도가 낮아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서민계층을 지원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정작 까다로운 대출기준을 충족하는 서민이 많지 않아 실적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와 함께 서민금융 주관 기관들이 저금리의 서민대출에 대해선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에 신경을 기울이는 반면, 고금리 대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는 등 이중적인 행태를 보인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여당이 내놓은 서민금융활성화 방안이 빈 수레가 되지 않기 위해선 현재 운영되는 서민금융지원책의 장.단점을 검토한 뒤 적극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민금융 지원 실적 부진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서민에게 저금리로 사업자금을 대출해주는 미소금융재단의 대출 실적은 작년 12월 15일 이후 지난달 24일까지 석 달여간 581명에게 총 41억원을 지원하는데 그쳤다.

이는 상담자 1만9천41명의 3%에 불과한 수준이며, 미소금융 대출자격을 확보한 6천86명의 9.5% 수준이다.

금융위원회는 미소금융이 10년 동안 25만 가구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현재 추세라면 목표의 10분의 1 수준인 2만5천명 지원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3개월 미만 단기연체자가 금융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이자를 감면하고 만기도 연장해주는 사전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 제도는 작년 4월 실시된 이후 지난달까지 7천171명에게 적용됐다.

이는 상담자 3만1천785명의 22.6%에 불과한 규모이다. 금융위는 처음 제도를 시행할 때 금융권 빚을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 연체한 다중 채무자 중 약 10만명 정도가 채무조정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프리워크아웃 신청 전 6개월 내 신규 채무액이 전체 대출규모의 30% 이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예상에 크게 미달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서민의 내 집 마련 지원을 위한 보금자리론은 2004년 연간 소득 3천만원 이하 대출자에게 54.3%가 공급됐지만, 주택 가격과 소득이 증가하고 대출 가능한 주택가격의 상한선이 작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된 여파로 작년 11월 말에는 이 비중이 절반 수준인 27.1%로 축소됐다.

반면 고금리 대출인 희망홀씨 대출은 은행들의 적극적인 영업으로 실적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소득이 낮거나 신용이 낮은 사람이 대상인 희망홀씨 대출은 작년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16개 은행을 통해 23만8천181명에게 1조4천280억원이 지원됐으며, 최근 1조5천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자격 엄격..주관기관의 소극성도 문제

미소금융 사업의 대출실적이 빠르게 늘어나지 않는 이유는 아직 지점 수가 적은 데다 대출기준도 엄격하기 때문이다.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신용도 7등급 이하인 저신용자에게만 대출해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창업자금을 50% 이상 확보하고 있어야 대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사업자등록 후 2년 이상 영업을 유지하고 있어야 운영 및 시설자금 대출이 가능하다는 조항도 1년 이상 정도로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연구원 정찬우 선임연구위원은 “마이크로 크레디트(미소금융)가 아직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점포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데다 대출 수요자와 대출 자격요건 사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원하는 수준으로 활성화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자금의 쓰임새가 다소 제한된 것도 생각보다 활성화가 더딘 이유”라고 설명했다.

제2의 미소금융으로 불리는 지역신용보증재단을 통한 보증부 대출사업도 주도면밀하게 추진하지 않으면 당초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서민금융회사와 함께 2조 원을 지역신보에 출연하면 10조 원까지 저신용자 대출이 가능하고 200만명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전날 발표했다.

하지만 관리비용이 많이 들고 연체 가능성이 큰 저신용자 대출에 저축은행과 신협, 새마을금고 등 서민금융회사가 소극적인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10%대 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200만명이나 되는지도 의문이다.

역으로 실적을 채우려고 서민금융회사가 무리하게 저신용자 대출에 나서면 부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경원대 홍종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자본이 풍부한데 자본수익률이 낮아 서민금융 활성화가 힘든 구조”라며 “쉽게 말해 서민들에게 돈을 빌려 줘도 빌린 돈으로 할만한 게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게다가 고용률도 낮아 돈을 빌려서 갚을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며 “정부가 기업과 금융회사의 팔을 비틀어서 미소금융에 출연하게 하느니 투자와 고용에 돈을 쓰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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