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언제···통화정책방향 ‘헷갈리네’

출구전략 언제···통화정책방향 ‘헷갈리네’

입력 2010-04-26 00:00
수정 2010-04-2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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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은 총재 30일 취임 한달···경기인식 논란

본격적인 출구전략의 신호탄인 기준금리 인상 시기는 언제일까.최근 경제정책 수장과 통화정책 수장의 발언을 볼 때 혼란스럽다는 지적이다.

 특히 오는 30일이면 통화정책 수장 자리에 오른 지 한 달째를 맞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취임 일성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중시하면서 정부 정책과의 공조도 강조했다.하지만 “한은도 정부”라는 그의 소신은 여당 내에서조차 비판을 받는 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김 총재는 시장과의 원활한 소통을 과제로 제시했지만,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한 그의 일부 발언은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일으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가계부채에 대한 진단과 처방책 역시 논란거리다.이런 상황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존의 스탠스에서 벗어나 저금리 기조의 부작용을 언급해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탄탄한 경기 회복을 위해 한은과 정부의 정책 공조가 중요하지만,통화정책의 조타수인 한은 총재는 시장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정제되고 절제된 메시지를 던지고 경제 불안 요인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통화정책 갈피 잡기 힘드네’..정부가 주도권 쥐었나김 총재는 지난 9일 첫 금융통화위원회 주재 직후 기자회견에서 “민간 자생력이 어느 정도 회복됐다는 판단이 있어야 한다”며 기준금리는 당분간 현 수준(연 2.00%)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여기에다 ‘더블딥’(경기 상승 후 재하강) 가능성도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한은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6%에서 5.2%로 대폭 올린데다 세계 경제의 빠른 회복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더블딥에 대한 언급이 적절한지는 제쳐놓더라도 김 총재가 한 일련의 발언은 상당기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쪽으로 해석됐다.

 하지만,김 총재는 21일 주재한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국제 유가의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에 대비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는 한은이 예상보다 빨리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해석을 낳았다.

 지난 9일 기자회견 때 “하반기 이후,내년에 가면 물가 상승 압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지만,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을 매우 걱정할 정도까지는 아니다”라는 발언과는 다른 뉘앙스를 풍겼다.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점칠 수 있는 발언은 정부 쪽에서 먼저 나왔지만 김 총재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현재 주OECD 대사 내정자)은 15일 기준금리 인상은 금통위 몫이고 개인적인 견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금리 인상은 민간의 자생력 회복이 공고화될 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아직 이를 위해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르면 3분기에 기준금리가 인상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반면 윤증현 장관은 23일 “아직은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시행하기는 이르다”며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까지 논의될 문제라고 언급해 기준금리 인상이 상당기간 늦춰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윤 장관은 이틀 뒤에 “저금리로 빚어진 과잉 유동성 때문에 금융위기가 생겼는데 다른 한번 저금리로 이 사태를 수습하고 있어 위기를 잉태하고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정부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금리 인상에 대해 시기상조론을 고수해 온 정부의 거시정책 기조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더욱이 지난 주말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국가별 상황에 맞게 출구전략을 구체화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정부와 한은이 한목소리로 강조해 온 국제공조의 의미가 빛을 바랬다.

 어찌 됐든 정부 쪽에서 한은의 고유 권한인 기준금리 조정 문제를 계속 거론함에 따라 금리 결정권을 쥔 금통위는 물론 김 총재의 입지가 좁아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계부채 인식 논란..“총재 말에 힘과 신뢰 있어야”김 총재는 가계부채에 대해 “비교적 중상위층의 주택 구입에 따른 것이고 금융자산이 더 빨리 증가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위험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가계부채는 기준금리 인상이 아닌 미시적 수단(대출 규제)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작년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692조원(현금서비스와 카드론 포함)으로 1년 사이에 44조원 늘어났다.전임 이성태 총재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가계부채이다”,“경제학 교과서대로라면 부채가 많으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지적한 것과 대조된다.

 금융연구원은 23일 보고서에서 가계부채가 단기적으로 금융시스템의 불안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은행 예대율의 단계적 규제,기준금리의 점진적 인상 등을 통해 대출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앙대 박창균 교수는 26일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소이지만 그것 때문에 당장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에는 동의한다”며 “그러나 인식의 출발점이 경제의 건전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성장률 제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총재의 행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여당에서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22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한은이 정권하고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그렇게 되면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이혜훈 의원은 “김 총재가 시장에 영향을 줄까 봐 지나치게 눈치를 보는 것 같다”며 “시장에 명확한 시그널(신호)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양대 하준경 교수는 “한은 총재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제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총재의 말에 힘과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시장에서 만족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창균 교수는 “총재가 불필요한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은 경제 전체에 좋지 않다”며 절제된 발언을 주문했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금융연구실장은 “정부와의 정책 공조는 한은이 조화롭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통화정책을 수행하면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다”며 “오해를 살 만한 언행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필요는 없고 냉.온탕을 오가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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