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축산물 폭락 공식깨져 지육 1㎏당 4422원… 오름세

‘돼지고기 가격은 구제역보다 봄나들이 인파에 좌우된다(?)’

경기 강화에서 충북까지 퍼진 구제역에도 최근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고 있다. 가축 전염병 유행은 곧 축산물 가격의 폭락이라는 등식이 여지없이 깨진 셈이다.

26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육류(돼지고기·쇠고기) 가격은 구제역과 연관성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따로 놀고 있다. 지난 23일 전국의 돼지고기 지육(뼈와 살이 섞여 있는 육류) 1㎏ 평균 가격은 4422원을 기록하면서 구제역 발생 이전인 지난해 12월 말(4128원) 가격을 웃돌았다. 실제 돼지고기 가격은 구제역 발병 소식이 처음 전해진 올해 1월 3859원을 기록하는 등 약간 주춤했지만 이후 연이은 상승세다. 한우 가격도 지난 연말 이후 구제역 파동에도 약보합세를 보였을 뿐 큰 변화는 없다. 지난해 12월 평균 한우 지육(1㎏당) 가격은 1만 7740원을 기록한 이후 이달 23일 1만 6950원으로 하락하는 등 넉달 동안 790원가량 떨어졌다.

그나마 이런 가격 변화는 구제역이 아닌 계절적 요인의 영향이라는 평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돼지고기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봄나들이 등 계절적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 주된 원인”이라면서 “매년 나들이 수요가 늘어나는 봄에는 돼지고기 수요가 늘어나는데 올들어 이런 수요증가가 악재(구제역)마저 누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에는 구제역 발병이 축산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거의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60여년 만에 한반도에 구제역이 다시 나타난 2000년 초 돼지고기 산지가격은 무려 15.9%까지 폭락했다. 한우 가격도 1.4% 하락했다.

하지만 경험을 통해 구제역이 인간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변했다. 2차 구제역 파동이 발생한 2002년에는 오히려 구제역 발생에도 한우는 1.6%, 돼지고기는 1.8% 가격이 상승했다. 일종의 학습 효과다. 농식품부는 또 살처분과 수매정책을 적기에 시행해 수요를 조종한 것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줄였다고 평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