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60돌… 금융시장 역할·독립성 확보 과제

한은 60돌… 금융시장 역할·독립성 확보 과제

입력 2010-06-12 00:00
수정 2010-06-12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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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총재 “변화 느리던 때 사고 답습해서는 퇴보”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 1층에 들어서면 ‘물가안정’이라고 적힌 대형 현판이 눈길을 잡아 끈다. 지난 60년간 한은이 최고의 가치를 두어 온 정책목표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통화량을 조절하거나 금리를 결정할 때 물가상승 억제는 어떤 것보다도 우선하는 고려요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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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남대문로3가 한국은행 강당에서 열린 한은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박병석(왼쪽부터)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한승수 전 국무총리, 김중수 한은 총재, 조순, 김명호 전 한은 총재 등이 축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11일 서울 남대문로3가 한국은행 강당에서 열린 한은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박병석(왼쪽부터)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한승수 전 국무총리, 김중수 한은 총재, 조순, 김명호 전 한은 총재 등이 축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그러나 이는 중앙은행으로서 한은의 역할을 스스로 제약하고 한정하는 족쇄로 작용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시장 안정에 있어 한은의 역할론 논란을 촉발시킨 계기가 됐다.

한은이 12일로 환갑을 맞는다. 1950년 5월 한국은행법이 공포되고 그 해 6월12일 ’조선은행’에서 ‘한국은행’으로 탈바꿈한 지 딱 60년이다.

현재 한은은 새로운 역할과 위상으로 한 단계 도약해야 하는 문턱에 서 있다. 만만찮은 도전과 시련에 직면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한은이 무엇을 할 것인지와 중앙은행 고유의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고민의 핵심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11일 열린 기념식에서 “변화의 속도가 느리고 그 방향에 대한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했던 때의 사고나 행동방식을 답습해서는 발전은커녕 퇴보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며 직원들에게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재무부 남대문출장소’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던 과거에 비해 현재 한은의 독립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반쪽짜리 독립에 불과하다는 점은 한은 안팎에서 공유하는 인식이다. 올 초 한은 총재 선임과정에서 부각됐던 독립성 시비는 아직 공석인 금통위원 선임 논란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올 1월 이후 기획재정부 차관이 금통위 열석(列席) 발언권 행사를 시작하면서 논란은 더욱 고조됐다.

현재 한은은 먼지 앉은 ‘물가안정’의 바이블을 버리고 금융안정에 책임있는 역할을 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한은이 그동안 금융시장 조성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에는 2008년 위기를 거울삼아 한은의 설립 목적에 금융 안정을 추가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국회 차원에서 추진되기도 했다. 함정호(한국경제연구학회장) 인천대 교수는 “그동안 한은이 갖고 있는 통화정책 수단이 사실상 금리 결정밖에 없었으며 한은 스스로 이에 지나치게 안주해 제 역할을 거의 수행하지 못했다.”면서 “정부 및 감독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정책수단을 정교하게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좀더 넓은 틀에서 거시금융정책에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한은이 그동안 소비자물가를 통화정책의 주된 고려대상으로 삼아 왔지만 앞으로는 부동산가격이나 금융자산가치 등은 물론 전반적인 경기까지 감안해 종합적인 접근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2010-06-1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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