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강등 도미노… 돈 될 만한 건 죄다 내다 팔아
건설·해운 업계에 낀 먹구름이 좀처럼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업황 부진으로 1분기 최악의 실적을 내는 한편 신용등급도 줄줄이 추락하고 있다.해운업계의 신용 강등은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다. 최근 STX팬오션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종전 ‘BBB-’에서 ‘BB+’로 하향 조정됐다. 신용등급 중 BBB-까지는 투자적격이지만 BB+ 이하는 투자부적격(투기) 등급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앞서 지난 2월 현대상선의 채권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낮췄다. 지난달 31일에는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은 ‘A-’를 유지한 채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국내외 환경이 안 좋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좋은 실적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해운업체 관계자 역시 “경기가 회복되면 위기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그때까지 버티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자 건설·해운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돈이 되는 것은 모두 내다 팔고 있다. 하지만 단기 유동성 확보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건설·해운 업계의 부실이 금융위기로 이어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3월 말 기준 예금 취급 기관들의 건설·부동산업에 대한 대출은 149조 4661억원에 달한다. 전체 기업 대출의 18.6%를 차지한다. 또 현재 국책은행을 포함한 국내 은행권의 해운업에 대한 대출액은 2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6개 시중은행이 약 3조원(협력업체 포함), 수출입은행이 8조 6000억원에 달한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2013-06-04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