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무사고 땐 4%씩 할인… 車보험 25년만에 개정 추진
이르면 2015년부터 차 사고를 한번 낼 때마다 자동차보험료가 약 21%씩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반면 1년간 무사고를 기록하면 보험료가 연간 4% 정도 인하된다. 24년간 유지돼 온 ‘사고 내용별 점수제’의 할인·할증 기준이 ‘사고 경중(輕重)’에서 ‘사고 건수’로 바뀌기 때문이다.금융당국은 공청회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달 말 최종안을 확정하고 1년정도 유예기간을 거쳐 이르면 2015년부터 새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현행 자동차 보험은 사고의 정도를 점수로 환산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1989년 처음 도입됐다. 큰 사고냐 아니냐에 따라 할증폭의 차이가 크다. 사망이나 중상(1급 부상)을 입히면 한 건당 4점(등급)이 한꺼번에 할증된다. 반면 인명피해 정도가 약하면 건당 1점(13~14급 부상), 대물 사고에 대해선 건당 0.5~1점이 부과된다. 제도 도입 당시 자동차 사고 중 인명사고 비중이 74%(현재는 42%)를 차지했기 때문에 대물사고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한 처분이 내려졌다.
하지만 앞으로는 대인인지 대물인지에 상관 없이 사고 건당 3등급이 할증된다. 등급당 6.9%가 할증되는 현행 보험료 체계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20.6% 정도가 한꺼번에 올라갈 수 있다. 단순 접촉사고도 마찬가지다.
할인 체계도 변경된다. 현재는 무사고 3년이 지나야 할인이 시작되지만 바뀌는 제도에서는 1년만 사고를 안 내도 할인이 시작된다. 보험개발원이 자동차보험 첫 가입자(11등급 기준)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이 제도가 도입되면 3년간 덜 내는 보험료가 12만 8000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무사고로 인해 보험료가 낮아지는 운전자는 전체의 79.9%(1383만명)에 이른다.
이경주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고 건수에 따라 할증을 하면 대다수 무사고자의 보험료를 내리는 효과를 낼 것”이라면서 “과도한 보험료 청구를 막아 사고 예방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4월~2012년 3월 자동차 사고로 인한 부상자 중 8~9급 부상자가 전체의 47.5%를 차지하지만 이들의 입원율은 82.1%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가입자 입원율의 10배 수준이다.
반면 이번 방안에 대해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는 “이번 할인·할증 체계가 시행되면 전체 사고자의 60.7%에 이르는 소액 사고 운전자들이 보험료를 더 내거나 자기 돈으로 사고를 처리하게 될 것”이라면서 “손해보험사들만 수천억원의 이익을 더 챙겨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2013-11-29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