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수습하려 등판했다 ‘먹통’으로 7개월 만에
재난대책 소위에서 재발 방지 등에 전념하기로
카카오 홍은택 단독 대표...김범수 복귀설 일축
“개발자 작업·운영 도구 이중화 안돼”
“전력공급 안 된 것 핵심... SK C&C에 책임”
남궁훈(왼쪽)·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한 대규모 먹통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2022. 10. 19 도준석 기자
남궁 대표는 19일 경기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카카오의 서비스를 책임지는 대표로서 그 어느 때보다 참담한 심정이며, 막중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카카오 쇄신과 변화 의지를 다지고자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비상대책위원회 재난대책 소위원회를 맡아 부족한 부분과 필요한 부분을 채워 나가는 일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이로서 지난 3월 책임 경영을 선언하며 카카오 수장에 오른 남궁 대표는 고작 7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애초 그는 지난해 11월 터진 이른바 ‘카카오 먹튀’ 사태를 수습하는 사명을 띠고 대표로 내정됐다. 앞서 류영준 당시 카카오페이 대표가 카카오 대표이사직에 내정됐지만, 대표로서 카카오페이 주식 대량 매도에 앞장선 책임을 지고 내정자에서 물러나게 됐다.
카카오 먹통 부른 화재 현장
지난 15일 카카오 ‘먹통’ 사태를 유발한 경기 성남 SK C&C 판교캠퍼스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화재 현장의 모습. 발화 지점인 지하 3층 전기실의 배터리가 불에 타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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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최근 급히 마련된 비상대책위원회 안의 재난대책 소위원회 위원장으로 남아 이번 사태의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일을 맡는다. 그는 “시스템은 물이나 공기 같은 것인데 살면서 이들의 중요함을 모르다가 없어지면 깨닫는 것처럼 정보기술(IT) 회사 운영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관심과 투자가 더 많이 이뤄져야 했다고 반성했다”며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관리 책임이 내가 맡은 조직 산하에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예산 확보나 인력 확충 등에 좀 더 방점을 두고 일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카카오는 홍은택 현 각자대표가 단독으로 대표직을 수행하게 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창업주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경영 복귀도 거론됐다. 하지만 홍 대표는 “지금 경영에 관여하고 있지 않은 창업자가 필요에 따라 선택적 개입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창업자 입장은 오는 24일 국정감사에서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1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연합뉴스
홍 대표는 유료 서비스 보상안이 나와 있는 가운데, 아직 산정되지 않은 무료 서비스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카카오톡 안에 약 2주간 피해 접수 채널을 개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회견 뒤 카톡 창에는 ‘카카오 서비스 장애 피해 접수’ 배너가 띄워졌다. 다만 카카오 측은 이번 사고에 관해 SK C&C가 져야 할 책임도 크다고 짚었다. 그는 “서버는 저희가 구축하고 전력을 SK 측이 공급해주는 방식”이라며 “전력공급이 안된 것이 핵심이고 사고 나자마자 리튬 배터리가 케이블에 영향을 줘서 서버가 다운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 측은) 공간과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요구한 것이며, 그것 외에 (SK C&C 측이 져야 할) 어떤 책임이 더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남궁 대표는 김 의장과 같은 한게임 창립 멤버이며, NHN 미국 대표, CJ인터넷 대표, 위메이드 대표를 거쳐 2015년 카카오에 합류했다. 이후엔 카카오게임즈에서 2016년 6월부터 각자대표를 맡았다. 지난해 12월엔 카카오 계열사의 미래 대비 조직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 선임됐다가 올해 3월 카카오 대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