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의 한 개천에서 쉬고 있는 삑삑도요.
그러던 어느 날 집 주변 개천을 걷다가 엉덩이를 쉴 새 없이 흔들면서 물속을 연신 찔러 대는 도요새를 만나게 됐다. 세상에, 우리 동네에 도요새가 있다니. 도요새를 보러 갯벌에 가려면 큰맘 먹고 이동해야 되는 내게는 정말 신나고 즐거운 일이었다.
그후 집에 와서 도감을 찾아보고 꼬리를 계속 깝작거리는, 민물에서 보이는 깝작도요가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내가 찍은 사진의 그 도요새는 깝작도요랑 닮은 듯 달라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도감을 더 찾아보고는 사진 속 주인공이 삑삑도요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똑같이 엉덩이를 흔들지만 다른 종류인 것이다.
깝작도요와 삑삑도요는 외모가 많이 닮았고, 민물에서 단독 생활을 한다는 점도 서로 비슷하다. 다만 깝작도요는 주로 동네에서 늦봄과 초가을에 보이는 반면 삑삑도요는 우리 동네에서 겨울을 난다.
주인 탐조인·수의사
매년 겨울 삑삑도요를 자주 보게 되니 삑삑도요도 제각각 성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떤 녀석은 내가 꽤 가까운 곳에서 쌍안경으로 보고 있는데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먹이활동을 하지만 어떤 녀석은 꽤 멀리 있어도 내가 걷다 멈추면 ‘삐비빅’ 소리를 내며 날아가 버린다. 먹이활동을 하면서 계속 삑삑거리는 녀석도 있다.
늦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개천 산책을 나갔을 때 오늘은 새가 잘 안 보인다 싶은 날에도 삑삑도요는 늘 만날 수 있었다. 눈이 와도, 눈 온 뒤 맑아도, 너무 대낮이라 새들이 안 보여도 삑삑도요는 항상 개천에 있었다. 그래서 가끔 보기 힘든 새를 봐서 횡재했다고 좋아하는 날도 개천에서 삑삑도요를 찾지 못한 날에는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고 무척 섭섭하다. 삑삑도요는 늘 보고 싶은 내 그리운 친구다.
2023-04-04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