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아버지의 뒷모습/황성기 논설위원

[길섶에서] 아버지의 뒷모습/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황성기 기자
입력 2017-03-06 22:22
수정 2017-03-07 00:5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친구가 오랜만에 보자며 친구들을 모아 달라 한다. 날짜를 맞춰서 알려 주자 모임을 제안한 친구는 “자식이 직장을 잡아서 한턱 낼까 한다”고 수줍은 듯 얘기한다. 취업 빙하기에 외동딸인 친구 자식의 취업이 제 일인 듯 기쁘다. 회사 동료가 과거 고락을 함께했던 선후배를 불러 저녁 하자고 청했다. 옛 동료를 모아 식사하고, 좌중에 취기가 돌 때쯤 “딸이 신문사에 들어갔다”고 자리를 마련한 까닭을 설명했다. 후배 자식의 취업도 기쁘려니와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다니 대견스럽다.

아이가 1998년 2월 유치원 졸업 무렵 만든 ‘우리 가족 신문’을 발견했다. ‘김대중과 이회창 명예총재 회동’이란 구절이 있다. 외환 위기를 맞아 김 당선자가 이 총재에게 초당적 협력을 당부한 뉴스를 베꼈을 것이다. 가족신문에 엉뚱한 정치 뉴스이건만 삐뚤빼뚤 쓴 ‘황○○ 기자’에 콧날이 시큰했다. 지금은 다른 길을 걷는 그 아이가 대학생 때 잡지 동아리에 들어간 적이 있다. 싫든 좋든 아비의 뒷모습을 보고 컸나 싶어 은근히 흐뭇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2017-03-07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