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무관중 스포츠의 비애/김상연 논설위원

[씨줄날줄] 무관중 스포츠의 비애/김상연 논설위원

김상연 기자
김상연 기자
입력 2021-10-13 20:22
수정 2021-10-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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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경기장의 시초는 2000년 전 로마제국의 ‘콜로세움’일 것이다. 지금도 이탈리아 로마에 남아 있는 유적지인 콜로세움에는 당시 최대 8만명의 관중이 들어찼다고 한다. 콜로세움에서 펼쳐지는 검투사의 대결에 열광하는 영화 속 관중의 모습은 현대 스포츠 경기장 관중의 모습을 닮아 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은 2000년 만에 처음으로 경기장에서 관중을 빼앗아 갔다. 지난해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 경기, 유럽 프로축구 경기 등은 모두 무관중으로 열렸으며, 한국도 제대로 관중을 받지 못했다. 도쿄올림픽도 올해 무관중으로 겨우 열렸다. 텅 빈 관중석은 아무래도 스포츠의 참맛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올해 미국과 유럽은 백신 접종에서 앞서가면서 경기장을 관중에게 개방했다. 손흥민 선수가 뛰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경기장에 수만 명의 관중이 마스크도 안 쓴 채 다닥다닥 붙어 앉아 함성을 지르는 모습은 우리한테는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포스트시즌 경기가 한창인 미국 메이저리그 경기장에도 마스크를 벗은 관중들이 가득 들어차 소리를 지르며 환호한다.

반면 한국 경기장은 썰렁하다. 특히 지난 7월 초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수도권의 경기장은 석 달 넘게 무관중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는 백신 접종 완료자 또는 확진 후 완치자, 48시간 내 코로나19 검사 음성 판정자 등에게 경기장 출입을 허용한다. 한국의 백신 접종률은 이미 미국을 추월했고 영국에 근접했는데도 경기장 풍경은 딴판이다.

‘이 시국에 꼭 스포츠를 봐야 하겠느냐’고 일축할 게 아니다. 스포츠 업계엔 선수들만 있는 게 아니다. 거기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의 생계가 걸려 있다. 스포츠 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2년 가까이 관중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다. 구단 직원은 물론 경기장 안팎 상인 등 부대 업종도 어려움에 처해 있다.

스포츠계는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한다. 연극, 음악회 등 실내 문화 공연은 관객을 허용하면서 야외라서 더 안전한 프로야구의 관중을 불허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야외에서 마스크 쓰고 경기를 관람하는 게 식당이나 백화점에서 마스크 벗고 음식을 먹는 것보다 훨씬 안전한 것 아니냐는 항변도 한다. 이런 항변에 반박할 말을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실제 여태까지 경기장 관중석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적은 한 번도 없을 만큼 스포츠 관람은 건전한 여가 생활에 속한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스포츠 관람을 허용하고 여가를 그쪽으로 유도한다면 음주가무 등 감염병에 취약한 다른 활동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2021-10-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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