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권 ‘투톱’ 동반퇴진 대격변

日 정권 ‘투톱’ 동반퇴진 대격변

입력 2010-06-02 00:00
수정 2010-06-0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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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공백.정국혼란…권력투쟁 예고

 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간사장이 취임 8개월여만에 여론의 사임압력에 굴복해 퇴진하면서 일본 정치권이 대격변에 휩싸였다.

 일본의 민주당 정권은 작년 8.30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54년만에 정권 교체를 이뤘지만 경험 부족과 하토야마 총리,오자와 간사장의 정치자금 문제,후텐마(普天間)기지 이전 문제 등으로 신뢰성이 추락해 총리와 간사장이 동반퇴진하는 위기에 불렀다.

 ‘우애’와 ‘공생’,동아시아공동체,탈 관료를 주창하며 의욕적으로 출발한 하토야마 총리는 자신의 구상을 펼칠 여유도 없이 단명 총리로 쓸쓸하게 퇴장하게 됐다.

 하토야마 총리는 취임후 과거 자민당 정권처럼 해마다 총리가 바뀌는 정치는 하지않겠다고 공언했지만 민심 이반으로 1년도 안돼 물러난 아베 신조(安倍晉二),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아소 다로(麻生太郞) 정권의 뒤를 잇는 ‘오점’을 남겼다.

 민주당 정권은 여름 참의원 선거를 위해 ‘투톱’인 총리와 간사장이 퇴진하는 극약처방을 택했지만 워낙 지지율이 떨어져 있어 승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혼선과 시행착오의 8개월

 작년 8.30 총선에서 승리한 뒤 “떨리는 감격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비장한 각오로 취임한 하토야마 총리의 발목을 잡은 것은 정치자금 문제와 후텐마기지 이전을 둘러싼 혼선이었다.

 일본은 2006년 자민당 정권에서 미국과 오키나와(沖繩) 후텐마기지를 같은 오키나와내 나고(名護)시 캠프슈워브 연안부로 이전하기로 합의했으나 하토야마 총리는 작년 총선당시부터 이를 뒤집고 후텐마기지를 ‘최소한 오키나와현 밖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를 통해 미국과의 외교 지위를 동등하게 바꿔 새로운 동맹관계를 구축하겠다고 의욕적으로 나섰으나 이는 ‘판도라의 상자’를 건드린 격이 됐다.어떤 지방자치단체도 후텐마 기지를 받겠다는 곳이 없었고 미국과는 동맹에 금이 갔다.

 결국 하토야마 총리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복원하고 자신이 ‘5월말까지 후텐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난달 28일 미국과의 합의를 통해 기존 합의안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연립을 구성했던 사민당의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穗) 당수가 반발하며 정부의 이전안에 서명을 거부하자 하토야마 총리가 후쿠시마 당수를 소비자담당상에서 파면했고,이에 반발한 사민당이 연립정부 이탈을 선언하면서 민주당 내에서 하토야마 총리에 대한 사임요구가 폭발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취임 이후 후텐마 문제를 처리하면서 자주 말을 바꿔 신뢰추락을 자초했다.

 하토야마 총리의 퇴진은 후텐마가 도화선이었지만 정치자금 문제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모친으로부터 10억엔의 정치자금을 받고도 이를 정치자금수지보고서에 허위 기재한 것이 들통나면서 여론의 반발을 샀다.

 오자와 간사장 역시 자신의 정치자금관리단체인 리쿠잔카이(陸山會)의 토지구입을 위해 빌려준 4억엔을 정치자금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문제와 자금의 출처에 대한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정권 지지율에 타격을 가했다.

 ◇지지율 추락에 극약처방

 하토야마 총리와 오자와 간사장에게 결정타를 날린 것은 금주초 주요 언론이 일제히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였다.

 내각지지율과 민주당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하면서 민주당 내에서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치러야 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총리 퇴진 요구가 분출했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하토야마 총리와 오자와 간사장,고시이시 아즈마(輿石東) 민주당 참의원 의원회장은 지난달 31일과 1일 잇따라 만나 정국타개 방안을 논의했으나 하토야마 총리가 사임을 거부하면서 회동은 결론 없이 끝났다.

 하지만 결국 하토야마 총리는 당내 사임압력과 여론의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이날 오전 사의를 표명했다.하토야마 총리가 사임하면서 오자와 간사장 역시 옷을 벗을 수밖에 없었다.정권의 쌍두마차로 당을 책임진 오자와 간사장도 책임을 면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 권력 공백…정권운영 ‘첩첩산중’

 하토야마 총리와 오자와 간사장이 동반퇴진했지만 민주당 정권의 앞길은 가시밭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름 참의원 선거를 불과 1개월여 남겨둔 상황에서 정권의 양 축이 물러나면서 당장 후임 총리와 간사장 선출을 놓고 권력 투쟁이 예고된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 오자와 간사장과 하토야마 총리의 권위에 필적하는 인물은 아무도 없다.

 지금까지 민주당 정권은 하토야마 총리가 정책을 맡아 전면에 나서고 지지의원 150여명을 거느린 오자와 간사장이 당을 장악해 뒤에서 힘으로 떠받치는 형태의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한꺼번에 물러나면서 당과 정부가 모두 권력공백 상태에 빠졌다.특히 당의 구심점인 오자와 간사장의 퇴진은 다양한 세력의 집합체인 민주당에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두 사람의 퇴진으로 내각과 민주당 지지율이 상승해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새로운 총리와 지도부 선임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커지면 오히려 지지율에 ‘독’이 될 수 있다.

 정권의 현안인 후텐마 이전 문제는 미국과 일본이 큰 골격에 합의했지만 모두 앞으로 실행에 옮겨야할 난제들이다.오키나와 주민들이 기지의 현외 이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우정개혁법안,근로자파견법,지구온난화기본법 등의 처리도 불투명해졌다.장기간의 경기침체로 디플레이션에 빠진 경제도 부담이다.

 총리와 집권당 간사장이 바뀐다고해서 일본 정치의 악재들이 당장 해소될 전망은 보이지않는다.여론은 ‘정권이 바뀌어도 변한게 없다’며 총리와 집권당 간사장을 몰아냈지만 정치의 불확실성은 민생을 어렵게 하고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염증을 확대 증폭할 우려가 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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