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을의 비애’…대기업·중소기업 명암

아베노믹스 ‘을의 비애’…대기업·중소기업 명암

입력 2013-06-19 00:00
수정 2013-06-1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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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중소업체, 재료수입비 증가로 ‘울며 겨자먹기’ 납품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가 몰고온 엔저 현상으로 일본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19일 중소기업과 대기업 현장의 상반된 목소리를 전했다.

어묵튀김의 일종인 ‘사쓰마아게’ 선물세트와 도시락을 백화점과 신칸센(新幹線) 등에 납품하는 슈에이사 도쿄지점 시무라 다카요시(志村高義·63) 사장의 표정은 백중(음력 7월15일) 대목을 앞두고도 썩 밝아 보이지 않는다. 엔화 약세 때문에 베트남에서 60∼70%를 수입해 쓰는 어묵과 식용유의 도입 가격이 급등,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달러당 80엔 전후였던 당시 엔화 환율에 맞춰 소비자가격 3천엔(3만6천원)과 4천엔(4만7천원)인 선물세트를 백화점에 납품해왔는데, 올들어 달러당 90∼100엔대로 엔화가치가 떨어지면서 납품 단가를 유지하기가 힘들게 됐다. 달러당 95엔 전후인 최근 환율을 반영하자면 3천엔 짜리 세트의 경우 3천450엔으로 15% 인상하지 않으면 수지를 맞출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시무라씨는 신용을 잃을까 두려워 ‘갑’인 납품처에 납품단가를 올려달라고 요구하지도 못하고 있다. 종업원 70여명의 일자리를 지켜내야 하는 사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발동, 자신과 간부 2명의 임금을 대폭 삭감하는 고육책까지 썼다.

또 오사카(大阪)의 한 플라스틱 생활용품 업체도 사정이 비슷하다. 중국의 협력공장이 제조한 플라스틱 일용품을 수입해 소매업자에게 납품하는 이 업체의 경우 중국 측 인건비 상승에 엔화 가치 하락이 더해지면서 작년보다 제품수입 비용이 30∼50% 올라갔다.

이 회사 사장 역시 납품처에 단가 인상을 요구했다가 거래처를 잃을 것이 두려운 나머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전과 같은 가격으로 납품하고 있다.

반면 엔저로 가격경쟁력이 생기면서 수출 실적이 좋아진 대기업들은 ‘이대로’를 외치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된 약 1천300개 기업들의 경우 2013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에 매출이 7.5%, 영업이익이 27.9% 상승할 것으로 SMBC 닛코 증권은 전망했다.

자동차메이커 닛산의 카를로스 곤 사장은 “아베노믹스 덕분에 일본은 세계의 중심으로 돌아왔다”며 쾌재를 부르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의 수출고가 늘면서 철강업체의 실적도 좋아졌다.

또 아베 총리가 최근 의약품 인터넷 판매 규제를 사실상 전면 해제하는 방안을 성장전략에 포함시킴에 따라 대형 제약업체들도 휘파람을 불고 있다.

민간 조사기관인 데이코쿠(帝國) 데이터 뱅크가 지난달 약 1만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아베노믹스가 경기를 끌어 올리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 중 대기업이 25.5%, 종업원 300명 이하인 중소기업이 36.9%, 종업원 20명 이하인 소기업이 39.2%를 각각 차지했다고 아사히는 소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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