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시민과 어우러진 한-독 다리 예술축제

베를린 시민과 어우러진 한-독 다리 예술축제

입력 2013-06-23 00:00
수정 2013-06-23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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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켄쿤스트 러브콜 이어져…매년 하지에 개최키로

명함 만한 크기의 나무판에 자신의 이름을 조각칼로 능숙하게 새긴 마틴 라이흐(45) 씨에게 그 비결을 묻자 “직업이 치과 의사이기 때문”이라며 씩 웃었다.

21일 저녁(현지시간) 베를린시 중심 슈프레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인 인젤브뤼케에서 한국인과 독일인 예술가, 시민이 미술과 음악을 매개로 하나로 연결됐다.

연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를 맞아 열린 ‘쿤스트페스트’는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한국인과 독일인 예술가들이 처음으로 공동 개최한 예술 행사인 ‘브뤼켄쿤스트(다리 예술)’의 하이라이트.

인젤브뤼케는 서울로 치자면 한강대교의 전신인 한강인도교쯤 된다.

800년전 베를린이 태동하면서 만들어진 이 역사적인 다리 위에 태극기와 독일 삼색기를 양쪽에 매단 천막 7개가 세워졌다.

한 천막에서 막 완성된 자신의 초상화를 받아든 질케 쿠젤(38.여) 씨는 “프랑스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돈을 주고 그린 그림보다 더 만족스럽다”면서 무료로 그림을 그려준 한국 화가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또 다른 천막에서는 인형작가인 김혜령 씨가 재봉틀로 흰 천에 수를 놓는 시범을 보였고, 행사를 주최한 재독 화가인 오정근 씨는 조그만 나무판에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새기도록 하는 코너를 맡았다.

인젤브뤼케 바로 앞 예술 카페 ‘레(Re)’는 맥주와 예술에 취한 관객들로 빈자리가 없었다.

이곳에서는 지난 10일부터 브뤼켄쿤스트 미술 전시회가 계속됐으며, 이날은 재독 첼리스트인 성소현

씨와 세계에서 몇 개 안 되는 펫쫄트라는 악기를 연주한 수잔네 프뢸리히 씨의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카페 앞에는 베를린시가 쿤스트페스트와 맞물려 마련한 라틴 밴드 공연이 시작되자 자연스럽게 시민들간에 춤 경연이 벌어졌다.

한국인 10명, 독일인 7명이 참여한 이번 한독 다리 예술 축제가 성황을 보이자, 다른 예술 단체에서 러브콜이 이어졌다.

이번 행사를 공동 기획한 독일 제2공영 방송사 ZDF의 편집부장인 토마스 오브벨트 씨는 “오늘 즉석에서 베를린시 산하 등 모두 6개 단체로부터 자신들이 기획하는 축제에 브뤼켄쿤스트를 연계하자는 제안을 받았다”며 “당장 9월에 열리는 베를린 최대 거리 축제인 하펜 페스티벌에 초청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년 하지 무렵에 브뤼켄쿤스트를 이어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를 후원한 외환은행 독일 법인의 이상화 대표는 “외환은행이 독일에 진출한 44년 동안 각종 한국 관련 행사를 지원했다”면서 “이번 브뤼켄쿤스트는 독일에서 처음으로 양국 예술인들이 한마음으로 행사를 열었다는 점에서 후원하는 보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지원한 독일 아힘 프라이어 예술 재단의 에스더 리씨는 “브뤼켄쿤스트는 말 그대로 한국과 독일의 예술을 연결하는 ‘가교’”라며 “재단에서는 브뤼켄쿤스트를 통해 잠재력 있는 신인을 발굴, 독일 예술계에 소개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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