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프리카서 한국 라면에 얽힌 기막힌 사연

중앙아프리카서 한국 라면에 얽힌 기막힌 사연

입력 2013-11-20 00:00
수정 2013-11-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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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동안 봉사 조정화 수녀 “라면은 아프면 먹는 약”현지인 직원 죽기 전 “코리안수프(라면) 먹고 싶다” 말하기도

한국에서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라면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한국 수녀들에게는 말라리아에 걸리면 먹는 약으로 대우받고 있다.

중앙아프리카에서 지난 1997년부터 16년 동안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소속 조정화(59) 수녀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이같이 말했다. 조 수녀는 현재 수도 방기에서 수녀회에 딸린 학교와 보건진료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한인천주교회(주임신부 손광배) 주관으로 열린 아프리카선교사모임에 참석하느라 방문한 조 수녀는 아프리카 밀림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말라리아는 수도 없이 걸린다고 했다.

이에 따라 수녀에게는 몸이 안 좋으면 또 걸리는 독감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 물론 말라리아에 걸리면 약을 먹는다. 이와 함께 한국 수녀들은 말라리아가 도지면 우리나라 라면을 약으로 생각하고 끓여 먹는다는 것.

조 수녀와 함께 요하네스버그를 방문한 다른 수녀는 “밍밍한 (현지)음식만 먹다가 매운 한국 라면을 먹고 땀을 뻘뻘 흘리고 나면 몸 상태가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조 수녀는 그러면서 지난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수도 방기에서 서북쪽으로 약 150㎞ 떨어진 보삼벨레에서 수녀회가 운영하는 장애인병원·재활센터에서 근무할 당시의 사연을 소개했다.

당시 에이즈 환자였던 센터의 현지인 직원 한 명이 거의 죽음을 맞을 상태였다.

환자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온 것을 본 조 수녀는 직원에게 다가가 자신이 뭘 해주면 가장 좋겠느냐고 물었더니 직원이 감고 있던 눈을 뜨면서 ‘코리안 수프’를 먹고 싶다고 했다는 것.

조 수녀는 당시 라면은 사실 몸이 아플 때 먹는 약으로 쓰고 있었지만 딱 2개 남아 있던 라면 중 하나를 꺼내 끓여줬다고 했다.

그러자 병든 직원이 라면을 절반쯤 먹으며 “정말 고맙다”라고 말하며 숨졌다는 것.

당시 마을 주민들은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저 자그마한 아시아 사람은 항상 우리와 함께 한다’고 말했고 그런 말을 들을 때 조 수녀는 현지 주민들의 자신에 대한 생각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중앙아프리카는 사방이 인접 국가로 둘러싸인 내륙 국가이다. 이에 따라 중앙아프리카에 라면은 항공우편으로만 전달되는 ‘귀하신 몸’이다.

한편 요하네스버그 한인천주교회는 아프리카 각지에 파견돼 있다가 이번 모임에 참여한 40여명의 한국인 신부, 수녀들에게 한국 라면 한 상자씩을 선물로 제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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