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장 오바마’ 레임덕 가속화…국정운영 바꿀까

’패장 오바마’ 레임덕 가속화…국정운영 바꿀까

입력 2014-11-05 00:00
수정 2014-11-0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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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웨이’냐 ‘대타협’이냐…이민개혁법 첫 시험대

11·4 미국 중간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패하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선거 패배는 곧 그간의 업무 수행 및 성과에 대한 미국인들의 준엄한 심판인 만큼 레임덕(권력누수)이 가속화되면서 국정운영 기조 전환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입지가 한층 좁아진 오바마 대통령의 선택 여하에 따라 의회를 완전히 장악한 공화당과의 마찰이 심해지면서 정국 경색이 심화될 수도, 반대로 공화당과 절충점을 찾아 대타협을 이뤄낼 수도 있다는 상반된 관측이 나오고 있다.

◇패배요인 복합적’6년차의 저주’ 징크스 극복 못 해 =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패배는 이미 충분히 예견됐던 사안이다.

중간선거 자체가 전통적으로 집권 여당에 불리했던 데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피로감을 비롯해 여러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먼저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40%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 가장 큰 패배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다 이슬람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위협에 대한 대응 등 외교정책 실패 논란, 서아프리카발(發) 에볼라 확산 우려에 대한 대처 미흡 지적 등이 잇따랐다.

더욱이 오바마 대통령이 유일하게 내세우는 경제·고용 성과 역시 회복세를 보여주는 지표와 달리 미국인들이 느끼는 체감 지수는 거의 나아지지 않아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또 대선과 비교해 중간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상황에서 여당 지지자들이 대체로 투표에 소극적이고 야당 지지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투표에 나선 점도 패인 중 하나로 꼽힌다.

선거 직전 공개된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밝힌 응답자가 공화당 지지자는 73%인 반면, 민주당 지지자는 58%에 그쳤다.

민주당이 후보들의 면면이 공화당에 밀렸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몬태나, 웨스트버지니아, 사우스다코타 주처럼 소속당 현역 의원이 은퇴한 이후 경쟁력 있는 후임자를 선출하지 못한 반면, 공화당은 예비선거에서 극우 강경파인 티파티 인사들을 상당수 걸러냄으로써 본선 경쟁력을 키웠다는 것이다.

이런 복합적 요인으로 오바마 대통령 역시 ‘6년차의 권태’나 ‘6년차의 저주’로 불리는 징크스 앞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실제 1945년 이후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의 집권 2기에 치러진 다섯 번의 중간선거 가운데 여당이 하원 의석을 늘린 경우는 1998년이 유일했다. 이때도 야당이던 공화당이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을 탄핵하려고 무리수를 뒀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기 때문이지 여당의 선전으로 승리한 것은 아니었다.

◇마이웨이·타협 갈림길…오바마의 선택은 =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과 사사건건 충돌해 왔다.

공화당이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국정 어젠다 입법화를 거부하고 이에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맞서면서 양측 간 대립은 심화됐다.

지난해엔 공화당이 ‘오바마케어’ 예산을 삭감하려고 올인하다가 2014년 회계연도 개시 전까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해 16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이 발생했고, 올해는 공화당이 오바마 대통령을 권한남용 혐의로 제소를 추진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오바마케어 실행과정에서 임의 행정명령을 통해 핵심 조항 일부를 의도적으로 지연시켰다는 게 공화당의 주장이다.

따라서 “의회가 제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며 공화당을 강하게 비판해 온 오바마 대통령이 지금처럼 ‘마이웨이’ 행보를 계속할 경우 공화당과의 마찰 속에 정국 경색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바마 대통령은 중간선거 이후 선거결과와 관계없이 이민개혁에 관한 행정명령을 발동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고, 공화당은 ‘불법이민자 사면법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강행 시 제소로 맞서겠다고 천명해 왔다.

이민개혁법 이외에도 오바마 대통령의 후반기 역점 과제 중 온실가스 규제, 최저임금 인상 등 공화당이 강력히 반대하는 이슈가 많아 양측의 충돌지점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형국이다.

특히 공화당 일부 강경파 인사들은 오래전부터 선거 승리 시 오바마 대통령의 일방적 행정명령 조치를 모두 되돌리겠다고까지 공언해 왔다.

자칫 양측이 ‘강대강’으로 치달으면서 파국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과 대타협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현실적으로 공화당과의 타협 없이는 어떤 일도 제대로 추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남은 기간 자신의 ‘업적 쌓기’(legacy building)를 위해서라도 오바마케어나 연금제도 개혁, 재정정책 등을 놓고 공화당과 대타협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의회를 완전히 장악한 공화당 입장에서도 ‘국정 발목 잡기’ 인상을 줄 경우 예상치 못한 역풍이 불 수 있는데다 차기 대선국면을 고려해 타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마이웨이에 따른 파국이냐 대화·양보에 기반한 대타협이냐는 결국 오바마 대통령의 선택에 달렸으며, 향후 정국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첫 잣대는 이민개혁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정가 소식통은 “오바마 대통령의 레임덕은 이미 현실이 된 사안이지만 그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정국은 파국과 타협의 갈림길에 설 수 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 패인에 대한 분석과 함께 향후 정국 구상을 마무리해야 방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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