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대통령의 골프 파트너를 보면 권력지도가 보인다고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예외인 것 같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후 현재까지 145회 라운드(18홀 경기)를 하면서 수행 비서 격인 마빈 니컬슨을 103회나 파트너로 동반하는 등 주로 친구를 골프장에 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오바마 골프의 모든 것이 공개됐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15일(현지시간) 언론 보도와 취재 내용 등을 토대로 오바마의 골프 라운드에 자주 초대되는 동반자의 면면을 공개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5회 이상 동반 라운드를 해 ‘골프 친구’라 할 만한 사람이 16명에 불과하고, 이들 대부분이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친한 사이였다는 점이다.

대통령과의 골프에 가장 자주 참가한 니컬슨은 오바마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일정을 챙기는 백악관 부속실장이다.

바텐더와 골프 캐디 경력을 지닌 니컬슨은 과거 ‘상원의원 오바마’를 윈드서핑 가게에서 만난 것이 인연이 돼 2004년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존 케리 국무장관의 경호원을 지내기도 했다.

타임의 집계 결과 니컬슨의 동생인 월터도 9차례 대통령과 라운드를 즐긴 것으로 나타났다.

33회 동반 라운드로 2위에 오른 데이비드 캐츠는 대선 때 오바마의 전속 사진사였고, 26회로 3위인 에릭 휘태커는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 시카고에서 친구를 맺은 사이다.

오바마가 라운드에 자주 부른 사람들 가운데 12명이 오바마보다 나이가 어린 것도 주목된다. 11회로 12위에 오른 한국계 유진 강(29) 전 백악관 정무특보도 52세의 오바마보다 한참 어린 골프 친구 중 하나.

오바마가 유독 측근이나 연하의 친구와 골프를 즐기는 것을 근거로 타임은 오바마를 낯을 가리는 골퍼로 규정했다.

타임은 오바마의 이런 골프 행태는 야당 정치인을 골프장에 불러 갈등을 푼 전직 대통령들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라며 골프를 순수하게 스트레스를 푸는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오바마가 선출직 정치인과 라운드를 한 것은 취임 후 9회에 불과했다.

행정부 권력 서열 2위인 조 바이든 부통령은 6회.

자타가 인정하는 골프광이라지만 타이거 우즈 같은 프로 골퍼와 라운드를 한 것은 딱 한 번이었다. 언론인을 3차례 골프에 초대했지만 그 자리에도 측근인 니컬슨이 2차례나 끼었다.

타임은 “지난 5년간 수도 워싱턴의 권력 브로커들이 대통령 골프에 참가하는 행운을 잡을 확률은 제로에 가까웠다”며 “특히 재선에 성공한 뒤로 오바마는 강박증에 걸린 골퍼가 됐다”고 배타성을 꼬집었다.

오바마는 재선 후 니컬슨 등 평소 골프 친구와 11라운드 연속 골프를 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