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혼 달랠 의식은 없고 광장엔 삼엄한 감시만

원혼 달랠 의식은 없고 광장엔 삼엄한 감시만

입력 2013-06-05 00:00
수정 2013-06-05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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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안먼 24주년’ 베이징 모습은…

“왜 사전 허가 없이 취재하나! 당장 돌아가라.”

중국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 부근의 경계태세는 평소에도 삼엄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정권 이후 첫 톈안먼 사태 기념일을 맞아 ‘철통경비’가 이어지고 있다. 광장 일대에서 사진을 찍거나 행인들을 상대로 말이라도 건네면 정사복을 입은 공안 10여명이 순식간에 어디선가 달려와 주위를 에워싼다. 그 자리에서 신원을 확인하고 주의 조치를 준 뒤 광장에서 쫓아낸다. 전 과정은 비디오로 촬영된다. 톈안먼 24주년인 4일에도 이 같은 장면들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중국 톈안먼 사태 24주년인 4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공안들이 시민들을 주시하며 경비를 서고 있다. 베이징 AP 연합뉴스
중국 톈안먼 사태 24주년인 4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공안들이 시민들을 주시하며 경비를 서고 있다.
베이징 AP 연합뉴스
공안의 병력 규모는 평상시와 비슷해 보이지만 보안이 강화된 흔적들이 역력하다. 톈안먼 광장으로 들어가는 주요 입구에선 평상시처럼 X선 검사기로 행인들의 소지품을 검색하는 것 이외에 음료수 병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아 인화 물질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톈안먼 부근을 지나는 모든 버스 안에는 2명의 사복 경찰이 한 조로 활동하며 주변을 감시한다. 톈안먼 광장 남쪽에 자리 잡고 있는 마오쩌둥(毛澤東)기념관은 이달 들어 공사를 이유로 아예 휴관 중이며, 5일 문을 열 예정이다.

희생자들의 가족이나 인권운동가,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감시도 강화됐다. 톈안먼 어머니회 회장인 딩즈린(丁子霖)은 남편과 함께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고 중화권 언론들이 보도했다.

딩즈린 부부는 지난 2010년까지 해마다 6월 3일 밤 톈안먼 사태 당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무시디를 찾아 아들을 위해 노제를 지냈으나 당국이 올해도 제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해 “이번 사건으로 볼 때 시진핑이 집권한 뒤 중국의 인권 상황이 오히려 퇴보했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날 톈안먼 시위 당시 현장에서 유혈 진압을 주도했던 천시퉁(陳希同) 전 베이징 시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홍콩 언론들은 그가 대장암으로 투병해 왔으며 지난 2일 84세의 일기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지난해 5월 홍콩에서 출간된 ‘천시퉁과의 대화’라는 책에서 “톈안먼 사태는 최고지도층의 권력투쟁에서 비롯된 비극이었다. 나는 꼭두각시였다”라고 주장해 당시 최고지도자였던 덩샤오핑에 책임이 있음을 암시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2013-06-0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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