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특파원 블로그] 中 힘의 외교는 거친 ‘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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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1-27 00:00
수정 2013-11-27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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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강 대변인 공격적 화법 “현재 중국의 모습 반영”

친강 중국 대변인
친강 중국 대변인
180㎝가 넘는 건장한 체구로 바지 주머니에 한 손을 넣은 채 기자들의 질문을 지적하는 대변인.

요즘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기자들 사이에 최고 화두는 친강(秦剛) 대변인이다. 중국의 입장에 반하는 질문에는 ‘거친’ 반격으로 외신 기자들을 면박하는 모습 자체가 화제다.

그의 거센 답변으로 얼굴을 가장 많이 붉히는 기자들은 일본 특파원들이다. 공산당 18기 3중전회에서 국가안전위원회 설립을 결정한 직후인 지난 13일 정례 브리핑. 한 일본 기자가 국가안전위 설치 배경을 묻자 친 대변인은 “국가안전위 설립으로 중국의 안전을 해치려는 세력들이 긴장하고 있는데 당신이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일본도 그 대열에 포함되고 싶다는 의미냐”고 쏘아붙였다.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치 선포 직후 열린 25일 브리핑 때도 마찬가지다. 한 일본 기자가 주일 중국대사관이 일본 거주 중국인에게 ‘예상치 못한 긴급 사태’에 대비해 대사관에 등록하도록 권고한 사실을 적시하며 방공식별구역 설치와 관련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친 대변인은 “당신은 연상 능력이 참으로 풍부하다”며 냉소를 보냈다. 일본 내에서는 대사관의 조치로 중국이 전쟁을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해당 기자의 질문이 도를 넘은 것은 아니었지만 친 대변인은 거만하게 답했다.

한국 기자도 친 대변인에게 면박을 당했다. 한 기자가 탈북자 문제를 질문하자 “탈북자가 아닌 불법 입경자”라고 정정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한 미국 언론사 기자에게는 영어 질문이 너무 길다며 단순화해서 물어보라고 거듭 주문했다.

친 대변인은 중국 외교부의 언론 최고 책임자인 신문사(司·실) 사장(공사급)으로 지난 3년여간 브리핑 자리에 나서지 않았다. 18기 3중전회 직후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부드러운 훙레이(洪磊)·화춘잉(華春塋) 대변인만으로는 ‘힘의 외교’를 표현할 수 없어서일까. 그의 공격적인 태도는 국가안전위 설립, 방공식별구역 설치 등의 조치로 연일 ‘근육’을 드러내는 중국의 모습과 닮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2013-11-2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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