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서 나치 전범 프리브케 장례식 무산

이탈리아서 나치 전범 프리브케 장례식 무산

입력 2013-10-16 00:00
수정 2013-10-1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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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 당시 수백명을 학살하고도 사과를 거부하다 15년의 가택연금 끝에 100세로 숨진 나치 전범을 위해 우익세력이 추진하던 장례식이 15일 결국 취소됐다.

나치 무장친위대 출신으로 ‘아르데아티네 동굴의 백정’으로 불렸던 에리히 프리브케를 위한 장례식은 로마 인근의 알바노에 있는 극우 세력 신학교에서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수 백명 항의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에 앞서 알바노 시의 니콜라 마리니 시장은 알바노 시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레지스탕스의 본거지라는 이유를 들어 로마 시내에서 출발한 장례행렬의 알바노 시 진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으나 로마 주는 이를 무효처리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장례행렬이 신학교 인근에 도착하면서 양측의 충돌은 본격화됐다. 장례식 찬반 세력이 충돌하는 가운데 경찰은 500여명의 반대세력을 저지하다 사태가 험악해지자 결국에는 최루탄을 발사했다.

프리브케 측은 이날 오후 장례식을 일단 연기됐다가 여러 여건이 호전되지 않자 장례식을 아예 취소한다고 밝혔다.

장례식을 지지하는 세력은 지난 1970년 교황청에 반발하여 떨어져 나온 보수집단 ‘성 피우스 10세 회’의 회원들로 이들은 극우, 반 유대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탈리아 당국은 16일로 나치가 로마 유대인 지역을 공격한 지 70주년이 되는 이 시기에 장례식을 둘러싼 대립이 사회적 긴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염려에서 장례식의 추이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프리브케는 1944년 3월 로마 외곽의 아르데아티네 동굴에서 대규모 학살을 주도한 혐의로 1998년 이탈리아 법정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게릴라의 나치친위대 공격을 ‘10배로 되갚겠다’면서 계획된 이 학살에서 레지스탕스대원, 유대인, 어린이 등 335명이 목숨을 잃었다.

프리브케는 판결 이후 고령과 건강문제 때문에 수감되지 않았고 자기 변호사의 로마 자택에 연금되는 형태로 형을 살았다. 프리브케는 생전 범행을 사과하지 않은 채 “상부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고 어차피 당시 세계 여러 곳에서 민간인이 숨졌다”며 변명만 되풀이했다.

프리브케는 2차대전이 끝난 후 아르헨티나 남부의 관광명소인 바릴로체로 도망쳐 40년 이상 호텔지배인으로 살다 1995년에야 이탈리아로 송환돼 재판을 받았다.

아르헨티나 생활 당시 프리브케는 태연히 실명을 쓰면서 지역 유지로 행세했고 독일 여권을 갖고 독일, 미국, 이탈리아를 여행하기도 했다. 바릴로체는 프리브케 외에도 많은 나치 전범이 평온한 삶을 누리는 도피처로 악명이 높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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