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 사후’ 남아공 집권당 ANC 정치적 운명은

’만델라 사후’ 남아공 집권당 ANC 정치적 운명은

입력 2013-06-30 00:00
수정 2013-06-3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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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당 엘리트주의·부패·파벌주의로 전망 어두워””ANC 만델라 와병 이용한다”…비판론도 대두

남아프리카공화국 민주화의 상징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위독한 상태에 빠져 있는 가운데, 만델라 사후에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정치적 미래가 어두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아울러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과 ANC가 만델라의 와병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론도 대두됐다.

만델라가 입원해 있는 수도 프리토리아의 메디클리닉 심장병원의 출입문 밖에서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대형버스를 타고 도착한 ANC 소속 젊은이 수백 명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넬슨 만델라, 넬슨 만델라”를 외쳤다.

이들 대다수는 ANC를 상징하는 녹색과 노란색의 옷을 입고 있었으며, 일부는 2014년 대선에 출마할 주마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고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 보도했다.

티셔츠의 뒷면에는 “2014년 ANC에 투표하자”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주마 대통령을 비롯한 ANC 지도자들이 잇따라 메디클리닉 심장병원을 찾고, 만델라의 병세를 실시간으로 국민에게 알리는 데는 반(反) 아파르트헤이트(흑인 차별정책)의 상징인 만델라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ANC의 지도자들은 앞다퉈 만델라와 ANC의 관계를 강조한다.

ANC의 한 고위 관계자는 28일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만델라와 ANC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ANC는 지지자들에게 만델라의 쾌유를 기도하는 집회에 참석하도록 지시했으며, 주마 대통령도 직접 국민에게 만델라의 병세를 알리고 있다.

만델라의 병세가 악화하면서 만델라 사후 ANC의 정치적 미래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만 94세인 만델라는 현재 정치적으로 은퇴했지만, 그는 여전히 ANC의 가장 사랑받는 지도자이자 도덕적 권위를 가진 지도자다.

반면 주마 대통령을 포함한 현 지도자들은 엘리트주의적이거나 부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심각한 파벌주의로 갈등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 아파르트헤이트 운동의 베테랑 지도자이자 의사 출신 정치인인 맘펠라 람펠레가 아강(Agang)이라는 신당을 창당했다.

람펠라는 남아공 국민에게 ‘꿈꾸는 나라 건설의 여정을 함께 하자’고 호소하고 있으며, 신당의 이름도 ‘짓다’는 의미의 ‘아강’으로 정했다.

아강은 내년 남아공 대통령 선거에서 ANC의 강력한 도전세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아공의 정치 분석가 윌리엄 구메데는 “ANC 일부 지도자들이 지나치게 만델라라는 브랜드에 의존하고 있는 사이 당원들은 ANC를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메데는 “그들은 ‘떠나지 말라. ANC는 만델라의 당이다’고 말한다”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ANC를 비판했다.

ANC가 사경을 헤매는 만델라에 대한 대중적인 슬픔을 지나치게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론도 나오고 있다.

정치 비평가인 앤서니 버틀러 케이프타운대 교수는 28일 야당 성향의 신문인 ‘비즈니스 데이’에 기고한 글을 통해 “정치인들이 그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위대한 사람과 밀접한 관계’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버틀러 교수는 “ANC의 전문 정치인들은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위해 ‘만델라의 유산’을 핵심 재료로 활용하기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ANC 측은 ‘만델라의 건강상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주장에 대해 “오히려 비판론자들이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반박했다.

만델라는 ANC의 살아있는 역사다. 1943년 ANC에 가입한 만델라는 ANC를 기반으로 정치적으로 성장했다. 만델라는 1951년대 ANC 청년동맹 위원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이후 만델라는 27년간 교도소생활을 한 뒤 1990년 풀려나 ANC의 의장직을 맡았다.

만델라는 1994년 ANC가 남아공 최초의 인종차별 없는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첫 흑인 대통령이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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