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男도 女도 아냐”…호주인 ‘정체성 투쟁’ 승리

”난 男도 女도 아냐”…호주인 ‘정체성 투쟁’ 승리

입력 2013-06-17 00:00
수정 2013-06-1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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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남녀 이분법으로 性 정의 안 돼”…특정하지 않을 권리 인정

“한 사람이 어떤 성(性)인지는 단순히 남자냐 여자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인정받은 점이 기쁩니다.”

영국 스코틀랜드 태생의 성평등 운동가 노리(52)는 자신을 남자도 여자도 아닌 ‘특정할 수 없는’ 성별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남자로 태어난 노리는 1989년 여자로 성별을 바꾸는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남녀 중 한쪽을 택하는 성전환 수술도 그의 모호한 성 정체성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했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법적으로 인정받으려고 긴 법정투쟁을 벌여 온 그는 최근 호주 법원으로부터 역사적인 승리를 얻어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항소법원이 출생·사망·혼인증명서에 반드시 남자 혹은 여자 중 한쪽으로 성별을 표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한 것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재판부는 “성은 ‘남자’와 ‘여자’라는 이분법적 의미만을 지니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노리 사건은 행정재판소에 돌려보내 져 다시 재판을 거치게 된다.

이번 승리가 있기까지 노리의 여정은 험난했다.

그는 2010년 뉴사우스웨일스주 출생·사망·혼인등록국으로부터 공식서류에 ‘성별 불특정’을 기재할 수 있다는 판단을 얻어내면서 전 세계적 화제가 됐지만 이후 당국은 허가를 번복했다.

노리는 “사회적으로 죽임을 당한 것 같았다”고 당시의 심정을 회고했다.

그는 여권에는 이미 남자를 뜻하는 ‘M’나 여자를 의미하는 ‘F’가 아닌 ‘X’로 성을 표기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다양한 성 정체성을 지닌 이들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자 여권의 성별 표시란에 남성과 여성 이외에 제3의 성을 기재할 수 있게 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가 점차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판결은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노리를 대리하는 에밀리 크리스티 변호사는 “증명서에 서명하거나 서류를 작성할 때마다 노리는 ‘성별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게 된다”며 “주어진 답변이 남성 혹은 여성밖에 없다면 거짓 삶을 사는 느낌이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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