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자가 강자”.. 겁쟁이 예찬론

“살아남는 자가 강자”.. 겁쟁이 예찬론

입력 2011-07-13 00:00
수정 2011-07-13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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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가 세상을 지배한다’ 출간

‘겁많은’ ‘비겁한’ ‘쩨쩨한’ 같은 수식어를 듣고 기분 좋을 사람은 없을 듯하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번지 점프대 위에 서서 겁에 질려 벌벌 떠는 연예인의 모습은 웃음거리가 되고, 친구의 돈을 뺏는 불량학생 무리를 못 본 척 지나치는 사람은 ‘찌질한’ 사람으로 인식된다.

프란츠 M. 부케티츠 오스트리아 빈대학교 교수가 쓴 ‘겁쟁이가 세상을 지배한다’(이가서 펴냄)는 이렇게 ‘용기는 미덕, 비겁함은 부덕’으로 여기는 통념에 반론을 제기하는 ‘겁쟁이 예찬론’이다.

저자는 “삶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임에도 우리는 비겁함과 일종의 불편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비겁함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지는 않을지 몰라도 삶과 생존에 있어 중요한 동력임에는 틀림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 책에서 적용하는 것은 다윈의 자연선택설과 그에 따른 적자생존의 개념이다.

저자는 “오늘날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다윈의 이론에 대한 근본적은 오해 가운데 하나는 자연에서 ‘가장 강한 자’만 살아남는다는 개념”이라며 “만약 다윈과 그의 생명에 대한 이론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이러한 오해는 사라질 것이며 자연선택설은 사실은 겁쟁이들을 옹호하는 이론임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동물들의 세계에서 동족간의 생존 경쟁은 자연스러운 경쟁을 의미하지, 강인한 아래턱이나 커다란 뿔, 기다란 발톱 등을 동원한 피 튀기는 물리적 싸움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 포식자 사자를 만났을 때 겁없이 덤비는 가젤과 재빠르게 도망치는 가젤 중 어느 쪽이 더 오래 살아남아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길지 생각해보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해진다.

저자는 이를 인간 세상에도 그대로 적용해 최전방에서 용감하게 싸우다 죽은 젊은 병사나 누군가를 감동시키기 위해 달리는 기차의 지붕 위에서 그대로 뛰어내리는 젊은이는 다윈의 관점에서 보면 ‘적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이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 생존에는 더 적합한 것이다.

이 책은 비겁함이 살아남는 데 더 유용하다는 것을 넘어 더 도덕적이라는 데에까지 논지를 확장시킨다.

”이 세상에 그런 죽음의 전투에 참가할 만큼 용기 있는 사람이 없다면, 종교나 그 외의 사악한 이념의 이름으로 자신의 목숨을 비롯해 결과적으로 다른 이의 목숨까지 바칠 만큼의 용기가 없는 겁쟁이로 가득하다면 이 세상이 어떨지 한번 상상해보자.”(185쪽)

이덕임 옮김. 268쪽. 1만3천500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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