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 소음’ 항의하려 찾아갔더니
‘스토킹범’으로 몰려
층간소음에 항의해 위층 집에 수차례 전화를 한 남성이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신고돼 경찰에 입건됐다. 인터폰 자료 사진. 픽사베이 제공
얼마 후 윗집 사람은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며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처벌 받게 되는 것일까.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키는 스토킹 범죄를 반복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제18조 제1항).
A씨로선 억울하겠지만 상대방 의사에 반해 찾아가거나 연락하는 등 행동은 스토킹 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
해당 사건의 피고인은 층간소음을 낸 이웃을 찾아가 욕설을 하거나 현관문을 발로 찬 행위 등이 문제가 돼 재판에 넘겨진 상태였다.
다만 이 사건을 맡은 대전지법은 “가해자 행위가 폭력적이고 매우 부적절하나,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에는 해당하진 않는다”며 “그 행위에 정당한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라고 10일 판시했다.
경찰은 B씨를 현행범 체포했지만, 처음엔 해당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스토킹 처벌법’ 이전에 일어난 범행에 대해선 범죄로 묶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해당 연예인은 지난해 3월부터 B씨 행위에 대해 17차례 112신고를 할 정도로 불안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2월 범행은 1건이지만 B씨가 지난해 10월 이전에도 이와 동일한 동기·방법으로 불안감을 줬다고 판단해 재수사와 송치를 요구했다. 결국 경찰은 B씨 사건에 대해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스토킹하는 남성 자료사진. 123RF
또 해당 법을 넓게 해석해 과도하게 형사처벌 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건은 351건에 불과했다.
용혜인 의원은 “스토킹 범죄가 피해자의 목숨을 빼앗는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를 보면 피의자가 구속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알고서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는 피의자를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 신청조차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꼬집었다.
이어 용 의원은 “경찰의 스토킹 대응 매뉴얼에도 구속영장 신청에 대한 기준은 없다”며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는데도 경찰은 여전히 스토킹의 특수성을 파악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작 피해자의 목숨까지 빼앗는 ‘스토킹범’은 못잡고, 다른 죄로 충분히 처벌할 수 있음에도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를 함께 적용해 기소한 사례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스토킹 범죄 정의를 명확히 해 당국이 수사력을 집중시키고 피해자 보호에 앞장서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