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헤드윅’ 손승원, 세련미·테크닉 덜하지만 ‘신인의 날것’에 관객 매료
“많이 와주셨네요. 그것도 특별한 ‘불금’에.”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백암아트홀. 노란 배꼽티를 입고 엉덩이를 흔들며 첫 곡 ‘티어 미 다운’을 부른 배우 손승원(23)은 이어 관객들을 향해 ‘썰’을 풀기 시작했다. 객석에서는 웃음소리와 함께 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그런데 나 처음 공연하는 사람처럼 떨려. 박수 크게 쳐줄래요?” 관객들은 순간 ‘빵 터졌다’. 첫 등장 때보다도 큰 박수와 환호가 울려 퍼졌다.이미 대본이 필요 없는 경지에 이른 조승우나 송창의와는 다른, 대본에 충실한 헤드윅이었다. 헤드윅이 걸어온 다사다난한 삶을 대본 그대로 전달했다. 관객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 대신 곁에서 조잘대듯 소통하는 친근함이 있었다. 노련한 척, 관록 있는 척하지도 않았다. “나 동안이지 않아?”라고 너스레를 떠는가 하면 “어머, 나 들떴나 봐. 진정 좀 할게”라며 물을 들이켜는 등 첫 공연의 떨림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그런 그가 감정을 터질 듯 분출하기 시작한 건 소년 토미와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후반부에 이르러서였다. 꾸밈없이 던지는 슬픈 대사와 울먹임은 앞에서 보여준 밝고 익살스러운 모습과 상반돼 더욱 애잔한 느낌이었다.
제작진은 백지 상태의 신인인 그가 원래의 텍스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강점을 지녔다고 자신한다. 그 역시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대본에 충실하면서 내 나이에 맞는 매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지난 주말 그의 첫 공연이 끝난 뒤 그가 드러낸 헤드윅의 맨 얼굴에 놀란 관객들이 적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연기가 세련되고 테크니컬하지는 않지만, 그가 던지는 감정들은 날것 그대로여서 더욱 아팠다”고 평가했다.
공연가에선 그를 ‘조드윅’(조승우), ‘짱드윅’(송창의)을 잇는 ‘애드윅’(애기+헤드윅)이라 애칭한다. 앳된 얼굴에 붙여진 별명이지만, 3대 헤드윅의 이름값을 해낼 것이란 기대가 담겼다. 9월 8일까지. 5만~6만 6000원. (02)1544-1555.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3-06-21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