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명품보다 소박한 예술을 꿈꾸다

화려한 명품보다 소박한 예술을 꿈꾸다

입력 2013-11-12 00:00
수정 2013-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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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개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특별전 미리 둘러보니…

“비싸고 이름값 하는 세계적인 명품을 전면에 내세우진 않을 겁니다. 세계 미술계의 흐름을 읽어가면서 작가가 아닌 탄탄한 프로그램으로 승부하는 게 전략이죠. 그래서 미술관 앞마당에 그 흔한 설치작품 하나 세우지 않았습니다.”

서도호 작가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국립현대미술관의 중심 공간인 ‘서울박스’에 높이 15m 크기로 설치된 작품은 미술관의 건축적인 의미를 표현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서도호 작가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국립현대미술관의 중심 공간인 ‘서울박스’에 높이 15m 크기로 설치된 작품은 미술관의 건축적인 의미를 표현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서울관 건립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미술관의 탄생’전. 국립현대미술관이 서울관의 건립과 개관을 준비하면서 주요 과정을 상세히 기록한 프로젝트다. 노순택, 백승우 작가가 참여한 사진기록과 다큐멘터리 제작사 DK미디어가 촬영한 영상기록 등을 선보인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서울관 건립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미술관의 탄생’전. 국립현대미술관이 서울관의 건립과 개관을 준비하면서 주요 과정을 상세히 기록한 프로젝트다. 노순택, 백승우 작가가 참여한 사진기록과 다큐멘터리 제작사 DK미디어가 촬영한 영상기록 등을 선보인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장은 11일 개관 기념 간담회에서 미술관의 향후 운영계획을 묻는 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파리나 뉴욕의 현대미술관과 비교해 달라는 요청에, 대중의 삶과 예술을 짝짓는 친근한 미술관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미술계의 숙원 사업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굴곡진 현대사의 아픔을 딛고 13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옛 국군기무사령부 터에서 개관한다. 개관전에선 70여명의 작가가 참여한 5개 전시, 12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미술관은 246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지하 3층, 지상 3층, 연면적 5만 2125㎡ 규모로 지어졌다.

뚜껑을 열어본 개관전은 한국현대미술의 흐름과 미술관의 탄생 과정을 읽는 데 방점이 찍혔다. 여러 장르가 혼합된 융합 프로젝트가 축을 이룬다. 정 관장은 “앞으로 30%의 전시만 한국 현대미술품으로 채우고 나머지는 한국과 세계 미술을 접목하는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 설명했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중심 공간인 ‘서울박스’에 설치된 서도호 작가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을 만난다. 높이 15m, 폭 13m의 대형 설치미술 작품은 3층 높이의 실물크기 아파트 모형에 작은 한옥을 집어넣은 이중 구조를 갖췄다. 아파트는 작가가 뉴욕에서 활동하던 당시 살던 집을, 한옥은 어려서 처음 미술을 접했던 아버지의 성북동 자택을 뜻한다. 작가는 “옛 기무사, 종친부 터에 들어선 미술관이 갖고 있는 나름의 건축적 문맥을 읽으려 했다”고 말했다.

장화진 작가의 설치미술 작품인 ‘1996. 8.15이후’. 추와 실을 이용해 유리상자 위에 올려진 옛 중앙청 모형을 강조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장화진 작가의 설치미술 작품인 ‘1996. 8.15이후’. 추와 실을 이용해 유리상자 위에 올려진 옛 중앙청 모형을 강조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제5전시실에 설치된 작가 최우람의 거대한 기계생명체 ‘오페르투스 루눌라 움브라’. 바이킹족의 배에 달린 노처럼 거대한 좌우 대칭 형태의 다리 수십 쌍과 거대한 날개를 지닌 애벌레 형상이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제5전시실에 설치된 작가 최우람의 거대한 기계생명체 ‘오페르투스 루눌라 움브라’. 바이킹족의 배에 달린 노처럼 거대한 좌우 대칭 형태의 다리 수십 쌍과 거대한 날개를 지닌 애벌레 형상이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자연채광을 그대로 투사하는 제1, 2전시실에선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짚어 보는 ‘자이트가이스트-시대정신’전이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반세기 동안 수집해 온 작품 가운데 한국 대표작가 39명의 회화·조각·설치 작품 59점을 내놓았다. 정영목 서울대 교수가 기획한 전시에는 서용선, 장화진, 신학철, 윤명로, 오원배 등의 주요 작품이 나왔다. 정 교수는 “1980년대 독일의 신표현주의를 뜻하는 ‘자이트가이스트’를 한국 현대미술의 시대정신과 접목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연결-전개’전도 세계 미술과의 소통을 모색하는 자리다. 앤 갤러거(영국), 유코 하세가와(일본) 등의 큐레이터가 선정한 7명의 작가가 예술 세계를 펼친다. 기존의 관습과 경계를 무너뜨리는 게 목적이다. 양민하(한국) 작가는 벽면을 타고 물이 흐르는 듯한 빛 설치작품 ‘엇갈린 결, 개입’을 내놓았다. 리 밍웨이(타이완)의 ‘쏘닉 블로썸’은 관객 한 명을 의자에 앉혀놓고 ‘그대는 나의 안식’이란 슈베르트의 가곡을 불러주는 독특한 형식의 관객참여형 설치미술이다. 작가는 “최근 병든 어머니를 돌보던 중 가곡에서 위안을 느낀 데서 착안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타시타 딘(영국), 기시오 스가(일본), 아마르 칸와르(인도) 등의 미디어, 퍼포먼스 작품 등이 전시된다.

천장에 높이 5m의 가상 기계 생명체인 ‘오페르투스 루눌라 움브라’를 설치한 조각가 최우람의 전시와 미디어아트팀 ‘장영혜중공업’이 선보이는 11채널 고화질 비디오작품도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의 협력으로 꾸미는 ‘알레프 프로젝트’전과 미술관의 건립 과정을 한눈에 읽을 수 있는 ‘미술관의 탄생’전도 마련됐다. 작가 양아치는 옛 기무사 건물에 설치됐던 18개의 스피커를 통해 미술관 건립 과정의 음향기록을 선보인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3-11-1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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