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커튼콜… 4인조 밴드에 열광하는 이유는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커튼콜… 4인조 밴드에 열광하는 이유는

입력 2013-11-25 00:00
수정 2013-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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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는 소박함이 매력인 작품이다. 대극장(700석) 공연임에도 앙상블이 따로 없이 배우 11명이 23인의 역할을 소화하며 비교적 단출한 무대를 꾸민다.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을 옮겨 놓은 듯한 무대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고, 주인공 듀티율은 무대 세트에 뚫린 구멍을 통과할 뿐이다. 하지만 원작 소설의 다채로운 에피소드와 배우들의 호연은 유쾌한 웃음과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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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쇼노트 제공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쇼노트 제공


음악 역시 뮤지컬의 매력을 쏙 빼다 박았다. 연주자들은 단 4명이지만 이들이 들려주는 음악은 오케스트라 못지않다. 드럼, 차임과 같은 타악기부터 플루트, 클라리넷, 피콜로 등 관악기에 피아노까지 총 20여개 악기를 다루며 발라드와 왈츠, 경쾌한 행진곡까지 소화해 낸다. 무대 양 끝에 마련된 공간에서 쉴 틈 없이 악기를 바꿔 가는 연주자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이 뮤지컬의 큰 즐거움이다.

‘벽을 뚫는 남자’의 4인조 밴드는 김정연(퍼커션)·최혜진(피아노)·정현지(플루트, 피콜로, 알토플루트)·정현철(클라리넷, 베이스 클라리넷, 테너 색소폰)씨로 이뤄졌다. 이들을 이끄는 건 국내 뮤지컬 음악의 대표 주자인 변희석 음악감독이다. 프랑스에서 공연될 때부터 연주를 맡아 온 4인조 밴드를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구현했다.

베테랑 연주자들인 터라 여러 악기를 다루는 것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원래 플루트를 전공했지만 대학 때 피콜로도 같이 배웠고, 알토플루트는 처음 접했지만 연주 방법은 비슷해요.”(정현지) 그보다는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되는 송스루(Song-Through) 뮤지컬이라는 점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한다. “음악이 극 전체를 끌어가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더 큽니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극 전체에 영향이 가니 배우들의 호흡에 더욱 귀 기울이게 되죠.”(최혜진)

물론 135분의 공연시간 동안 애로사항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관악기 하나를 불다가 다른 걸 불면 음정이 왔다 갔다 하기 쉬워요. 서로 다른 악기의 음정을 맞추는 데 힘든 점도 있어요.”(정현철) 정신이 없다 보니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종종 생긴다. “타악기마다 스틱이 달라서 악기를 바꿀 때 스틱도 바꿔야 해요. 어떤 때는 저도 모르게 스틱을 막 던져 버린 적도 있어요. 하하.”(김정연)

뮤지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연주자와 같은 숨은 조역들도 점차 주목받고 있다. 공연이 끝난 뒤 커튼콜에서는 연주자들에게 박수를 칠 시간을 갖는 게 보편화되고 있다. “뮤지컬은 극뿐 아니라 음악이 없어선 안 됩니다. 공연계 관계자들과 관객들 모두 음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졌고 연주자들도 함께 공연을 만들어 간다는 느낌이 듭니다.”(최혜진). ‘벽을 뚫는 남자’에서는 커튼콜 때 연주자들도 무대에 올라 박수를 받는다. “저희가 나오면 호응이 없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배우들 못지않게 저희에게도 박수가 쏟아지니 정말 뿌듯합니다.”(정현지)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3-11-2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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