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 뒤집기… 소수자를 환대하라

주권 뒤집기… 소수자를 환대하라

입력 2010-06-12 00:00
수정 2010-06-12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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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의 너머에서】 우카이 사토시 지음 그린비 펴냄

우리 동네 골목길에서 내 친구가 옆 동네 아이에게 맞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우선은 친구 편부터 들 것이고, 나아가 힘을 합쳐 이 ‘이방인’을 ‘우리 골목’에서 쫓아내려 할 것이다.

이 골목길을 국가로 확대해 보면, 이런 반응은 ‘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행위다. 주권은 한 국가가 의사를 결정 할 때 누구에게도 침해받지 않을 자주성을 뜻한다. 특히 근대 국민국가가 형성된 20세기에서 주권은 반드시 보호해야 할 절대 가치로 여겨졌다. 그런데 반대로 불문곡직하고 쫓겨난 옆 동네 아이 입장은 어떨까. ‘우리 골목’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앞뒤 사정도 모르는 녀석들에게 몰매를 맞은 아이는 말할 수 없는 억울함을 느낄 것이다.

이런 예는 국가가 주권을 행사할 때도 종종 일어난다. 국가는 주권을 수호해 국민의 행복을 보장하려 하지만, 반대로 그 범주에 들지 않는 ‘손님’에게는 예와 같은 심각한 폭력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손님’은 ‘우리’와 다르기 때문이다.

우카이 사토시 일본 히토쓰바시대학원 교수는 신간 ‘주권의 너머에서’(신지영 옮김, 그린비 펴냄)에서 이런 주권의 폐해를 지적하며 새로운 공동체 논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세계 곳곳에서는 주권 폐해의 피해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점점 국민의 범주 바깥으로 내몰리고 있는 노숙자들이 그렇고, 국적을 박탈 당한 팔레스타인 난민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지만 늘 외인(外人)으로 분류되는 이주노동자가 그런 예다. 주권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결국 국가의 우경화나 패권주의를 낳으며, 비참한 전쟁으로 치닫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우카이 교수가 내놓은 공동체 논리는 소수자에 대한 ‘환대(歡待)의 사유’다. 환대는 단순히 보면 “손님을 반갑게 맞으라.”는 의미다. 하지만 누구든 고국이 아닌 곳에서 ‘손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인간 존재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사안이다.

환대의 사유가 퍼질 때, 소수자는 ‘이질성’이 아닌 ‘다양성’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우카이 교수는 말한다. 또 폭력적인 방법으로 다수가 제거하고 흡수해버린 다양한 역사가 복원되는 길도 열릴 것이라고 한다. 2만 2000원.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2010-06-1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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