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것인 ‘직지’의 한국 전시 계획 묻자 佛 도서관장 “드릴 말씀이…”

우리것인 ‘직지’의 한국 전시 계획 묻자 佛 도서관장 “드릴 말씀이…”

임병선 기자
입력 2023-04-12 06:03
수정 2023-04-12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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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국립도서관(BnF)이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회 개막을 하루 앞둔 11일(현지시간) 공개한 직지 하권의 실물.  파리 연합뉴스
프랑스국립도서관(BnF)이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회 개막을 하루 앞둔 11일(현지시간) 공개한 직지 하권의 실물.
파리 연합뉴스
“현재로서는 말씀드릴 것이 없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심체요절(이하 직지)를 12일(현지시간)부터 50년 만에 대중에 공개하는 프랑스국립도서관의 로랑스 앙젤 관장 등이 한국에서 직지를 전시할 계획이 있는 지 묻는 한국 기자들에게 이렇게 답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앙젤 관장은 직지 등을 선보이는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회 개막을 하루 앞둔 11일 한국 기자들을 만난 자리라 이런 질문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한국 국민들이 (한국의 것인) 직지를 볼 기회가 있을지, 이에 대해 어떤 계획이 있는지’ 묻는 것이 너무도 당연했다.

그는 즉답을 피한 채 직지와 같은 희귀한 고서는 잘 전시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직지와 관련해 2011년부터 문화재청 등 한국 문화재 관련 기관들과 과학적인 협력을 해왔고, 그 중심에는 “공유의 정신”이 있다며, 도서관이 소장한 직지 하권을 고해상도로 디지털화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동양 고문서 부서를 총괄하는 로랑 에리셰 책임관은 이날 간담회에 함께 참석해 인쇄 기술의 역사를 다루는 전시를 하면서 직지를 빼놓을 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에리셰 책임관은 직지를 보존하는 일이 굉장히 까다롭기 때문에 전시를 준비하면서 제본한 부분이 상하지 않도록 책을 펼칠 때 특히 신경을 썼으며, 이를 위해 책의 뒷부분을 펼쳐놓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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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국립도서관(BnF)이  12일 막을 올려 7월 16일까지 전시하는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을 통래 일반에 공개되는 직지 하권의 실물 옆 직지 일부 확대 인쇄물.  파리 연합뉴스.
프랑스국립도서관(BnF)이 12일 막을 올려 7월 16일까지 전시하는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을 통래 일반에 공개되는 직지 하권의 실물 옆 직지 일부 확대 인쇄물.
파리 연합뉴스.
해당 쪽에는 한국 사람이 한문을 쉽게 읽을 수 있게끔 표기한 ‘구결’(口訣)이 등장하고, 인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손으로 수정한 부분도 있다고 에리셰 책임관은 전했다.

외부에 공개하는 일이 아주 드문 직지는 도서관 중에서도 평소 희귀한 고서를 보관하는 특별한 창고에 넣어두는데, 직지는 워낙 가치가 뛰어나기 때문에 잠금장치를 따로 설치해 놨고 한다.

에리셰 책임관은 직지에 흠이 생기지 않는 것을 목표로 공기, 기온 등 보존 환경에 가장 많은 신경을 기울이고 있으며 “직지를 완벽하게 보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문화재청이 직지 반환을 위해 영구 임대 방식 등을 제안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큰 진척이 없다. 도난·약탈 문화재는 반출 경위가 확인될 경우 본국에 되돌려 주는 것이 국제법 관례다. 하지만 프랑스는 직지가 약탈·도난 문화재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직지는 1886년 초대 주한프랑스공사로 부임한 콜랭 드 블랑시(1853∼1922)가 1880~1890년 국내에서 구매해 프랑스로 가져간 것이다. 이후 골동품 수집가인 앙리 베베르가 1950년(1952년이란 주장도 있다) 프랑스국립도서관에 기증했다.

국내에서는 직지의 한국 전시를 위해 프랑스에 여러차례 요청했지만 매번 무산됐다. 2021년 11월 프랑스를 방문한 황희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프랑스 정부에 직지의 한국 전시를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앞서 청주시도 ‘직지코리아 페스티벌’에 직지 원본 전시를 목적으로 여러차례 대여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프랑스 정부 측이 직지를 대여할 경우 한국에서 압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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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국립도서관의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회 개막을 하루 앞둔 11일(현지시간) 이 도서관의 큐레이터 나탈리 쿠아이가 한국 기자들에게 직지를 전시한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파리 연합뉴스
프랑스국립도서관의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회 개막을 하루 앞둔 11일(현지시간) 이 도서관의 큐레이터 나탈리 쿠아이가 한국 기자들에게 직지를 전시한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파리 연합뉴스
다음은 연합뉴스 특파원이 정리한 일문일답.

-직지를 50년만에 전시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앙젤 관장 “오래 전부터 인쇄의 역사를 주제로 대중에 전시하고 싶었다. 인쇄 기술의 역사, 보존의 역사, 특히 유럽에서의 역사를 모두 전시하고 싶었기 때문에 구텐베르크의 성경이 중요했다. 구텐베르크 성경은 한 사람만의 기술이 아니라 역사적인 흐름 안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고, 구텐베르크 성경에 앞서 한국에서 직지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직지 전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에리셰 책임관 “보관하기가 까다로운 직지를 펼칠 때 제본한 부분이 상하지 않도록 특히 신경을 써야 했다. 그래서 너무 많은 압력을 가하지 않기 위해서 직지의 뒷부분을 펼쳐놓게 됐다.”

- 펼쳐놓은 장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는가.

에리셰 책임관 “이 장에서는 불교의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비이원성(non-dualite)을 다루고 있다. 아울러 직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특징을 잘 보여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한문 옆에 구결(口訣)이 등장한다. 또 인쇄가 잘 안돼 붓으로 다시 쓴 부분도 있고, (활자가 금속이 아닌) 나무로 된 부분도 있다.”

-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있어 직지의 가치는 무엇인가.

에리셰 책임관 “직지는 우리가 소장한 가장 중요한 인쇄 필사본 중 하나다. BnF에는 100개가 넘는 언어로 쓰인 고서를 수십만권 보관하고 있다. 동양 고서만 하면 약 4만 5000권인데, 직지는 그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 직지를 전시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보관하는지.

에리셰 책임관 “직지와 같은 희귀한 고서를 보관하는 곳이 따로 있는데, 직지는 그 중에서도 가치가 가장 높은 편이기 때문에 잠금장치가 돼 있다. 직지에 흠이 생기지 않는 것을 목표로 공기, 기온 등 모든 것을 신경 쓰면서 완벽한 보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 한국에서 앞으로 한국 국민들이 직지를 볼 기회가 있을지.

앙젤 관장 “2011년부터 문화재청 등 한국 문화재 관련 기관들과 협력해왔다. 과학적인 협력의 핵심은 이해와 공유의 정신이다. BnF는 직지를 고해상도로 디지털화하기도 했다. 직지와 같은 희귀본은 전시를 잘 하지 않는 편에 속한다.”

- 한국에서 직지를 전시할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보면 되는 건가.

앙젤 관장 “현재로서는 말씀드릴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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