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염,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성기능 장애

전립선염,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성기능 장애

입력 2010-06-15 00:00
수정 2010-06-1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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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강쇠’란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소방 호스로 물을 내뿜듯 시원스레 소변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소변줄기의 힘은 정력에 비례한다’는 속설을 염두에 둔 연기 장면이다. 허무맹랑한 코믹 연기로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가 진정한 변강쇠라면 리얼리티가 전혀 없다고 단언할 수도 없을 것이다. 적어도 비뇨기과 전문의의 시각에서 보면 그렇다. 과장이 가미된 건 사실이지만….

사람들은 보통 소변줄기의 힘은 정력과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전문가들조차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100% 그렇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답은 ‘관련이 있다’이다. 오줌발이 세어도 정력은 약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관련 있다’고 하기엔 무리가 따르지만, 오줌발이 약해지면 정력은 덩달아 약해지기 쉬운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 만큼 오줌발과 정력이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소변줄기가 약해진 배경엔 대개 전립선 이상이란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중년층 이상에서 주로 나타나는 전립선 비대를 포함, 각종 전립선 이상은 배뇨 장애를 일으킨다. 전립선 질환은 또 발기부전, 성욕감퇴, 사정장애 등 성기능 장애도 일으킨다. 여기에 3단 논법을 적용하면 ‘그러므로 소변줄기가 약해지면 성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물론 전립선 이상과 성기능 장애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므로 아직 위의 논법이 100% 맞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연구가 진행되면 될수록 두 질환 사이의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립선 질환과 성기능 장애의 연관성을 말할 때 흔히 거론되는 원인중 하나가 심리작용이다. 전립선 질환에 따른 성기능 장애는 대개가 심인성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전립선 질환 중에서도 전립선염을 앓는 환자는 사정 시 통증으로 인해 성행위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해 갈수록 성욕 자체가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 만성 전립선염 환자에게서는 조루 증세가 동반되는 예도 있다.

전립선 질환을 치료하는 약물이 성기능 장애를 유발한다는 주장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제기된다. 특히 전립선암이나 전립선비대증 환자에게 처방하는 호르몬제 등이 발기장애나 사정장애, 성욕감퇴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전립선 질환과 성기능 장애의 연관성은 젊은 환자들의 사례들로 인해 한층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노년층은 물론 젊은이들에게도 두 질환이 동시에 나타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사실은 양자간에 연관성이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고 두 질환 사이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견해들도 있다. 그 하나는 전립선과 음경이 동일한 신경 및 혈관 분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근거한 견해다. 그로 인해 둘 중 한쪽에 이상이 생기면 다른 한쪽에도 이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전립선질환과 성기능장애 모두 해당 부위의 평활근 이상에 의해 발생한다는 견해 또한 두 질환의 연관성에 대한 신뢰를 부추긴다.

아직 명쾌히 입증되지만 않았을 뿐 두 질환 사이의 연관성은 이미 기정사실화되어 있다. 그러므로 소변을 시원스레 보지 못하면서 성기능 장애를 동시에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적극적으로 전립선 이상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요즘엔 서구화된 생활 습관으로 인해 젊은 연령대에서도 전립선 질환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졌다. 젊은 연령층에서는 전립선비대증보다는 만성 염증이 주류를 이룬다. 전립선염은 일단 만성으로 진행되면 치료가 어렵고 치료 후 재발되기도 쉽다. 더 큰 문제는 만성 전립선염이 성행위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조루를 비롯한 각종 성기능 장애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오줌 줄기가 시원치 않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먼저 자신의 전립선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전립선 건강이 변강쇠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적어도 필요조건이 된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글 : 비뇨기과 전문의 임헌관(연세크라운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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