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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시티노믹스 시대-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② 재개발로 부활한 獨 드레스덴

[뉴 시티노믹스 시대-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② 재개발로 부활한 獨 드레스덴

입력 2010-10-11 00:00
업데이트 2010-10-1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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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키워드는 ‘보존’… ‘유럽의 발코니’로 우뚝

“이 도시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책에서 배우지 않아도,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아도, 이 도시에서 지내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에리히 캐스트너) 독일인 대부분은 ‘독일 동부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는?’이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데 망설이지 않는다. ‘엘베 강의 피렌체 유럽의 발코니’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드레스덴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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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의 상징인 프라우엔 교회.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을 받아 불에 탄 돌을 그대로 사용해 곳곳에 검은 얼룩이 져 있다.
드레스덴의 상징인 프라우엔 교회.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을 받아 불에 탄 돌을 그대로 사용해 곳곳에 검은 얼룩이 져 있다.
인구 50만명이 채 되지 않는 드레스덴을 찾은 관광객은 지난 5년간 350만명이 넘는다. 그러나 드레스덴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아름다움은 잘 지어진 건물과 교회, 박물관의 미술품 등이 아니다. 오늘날 드레스덴의 모습은 전쟁과 공산주의 체제하의 난개발 등 고난의 역사를 겪으면서 시민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수십년간 재개발과 복원을 통해 만들어낸 것이다.

1270년 작센주 마이센 지역의 행정관이었던 하인리히가 성을 세우며 본격적으로 번성하기 시작한 드레스덴은 17~18세기에 최전성기를 맞는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이 한창 막바지를 향해 치닫던 1945년 2월13일, 미·영 연합군은 드레스덴에 이틀간에 걸친 대폭격을 감행했다. 이 공습으로 드레스덴 시민 3만명이 목숨을 잃고 시가지의 90% 이상이 파괴됐다. 전쟁 직후 드레스덴 시민들은 시내 중심부의 츠빙거 궁을 비롯한 주요 건물들을 복원하기 시작했다. 젊은 남성들이 없어 가정주부부터 어린 아이들까지 하나하나 돌을 찾아 날랐다. 드레스덴의 주요 건물에서는 크고 작은 얼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드레스덴 박물관 직원인 볼프강은 “폭격으로 불에 타 버린 검은색 벽돌을 찾아 최대한 원형에 맞게 복원했기 때문”이라며 “깨끗하게 건물을 다시 세우는 것보다 원형 그대로를 보존하는 것이 우선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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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복원 작업은 오래 진행되지 못했다. 분단 이후 동독 정부가 폐허로 남아 있는 드레스덴 중심가에 현대식 건물을 집중적으로 짓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1990년까지 드레스덴은 중세 건물과 현대 건물이 난잡하게 얽혀 있는 도시로 전락했다.

통일 직후 드레스덴은 ‘과거로의 회귀’를 선언했다. 드레스덴의 부활을 상징하는 ‘프라우엔 교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통일 이후 복원 작업이 본격적으로 재개된 프라우엔 교회는 2005년 말 돔 공사를 마치면서 무려 60년 만에 제 모습을 되찾았다. 드레스덴 시청 관계자는 “동독 정부는 교회터에 주차장을 만들려고 했지만 시민들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발견된 벽돌에 숫자를 붙여 보관하면서 복원 작업이 재개되기만을 기다렸다.”고 전했다.

현재 드레스덴에서 재건축이나 재개발의 가장 큰 키워드는 ‘보존’이다. 도시계획의 기준을 전쟁 이전으로 맞췄기 때문에 시내에서 최첨단 건물의 신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건축 허가가 떨어진 이후에라도, 유적의 흔적이 발굴되면 공사는 전면 중단된다. 전문가들이 투입되고 복원과 공사 재개 여부에 대한 엄밀한 심사가 진행된다. 유적의 보존 가치가 크다고 판단되면 시는 공사 현장 이전을 권유하고, 대부분의 업체들은 이를 수용한다. 업체가 공사 강행 의사를 밝히면 시가 민간 기금과 협의해 아예 매입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드레스덴은 도시 전체를 새로 꾸미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드레스덴대 안나마리 솔 교수는 “궁극적인 목적은 동독 시절에 지어진 시내의 건물을 모두 철거하거나 리모델링해 과거의 드레스덴을 완벽히 재현하는 것”이라며 “신축건물이나 주요 시설 등을 외곽 지역으로 돌리는 방식으로 도시의 기능은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계획은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목표의 30%를 넘는 진척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드레스덴 시내 곳곳에서 벌어지는 공사는 다른 도시와 달리 현대식 건물을 허물고 옛 건물을 복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시내 중심부와 달리 시 외곽에는 비교적 자유롭게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도시 전체의 통일성을 해치는 건축이나 개발 계획은 엄격히 규제된다. 도시민의 삶의 질을 위해 도시 전체의 녹지 비중은 60%로 고정돼 있다. 건물 신축이나 재건축을 할 때에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지난 10년간 드레스덴 도시개발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은 건물은 폴크스바겐 공장이다. 2001년에 지어진 이 건물에서는 폴크스바겐의 최고급 차종인 페이톤이 수작업으로 생산된다. 특히 건물 자체가 투명한 유리로 지어져 공장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밖에서도 볼 수 있고, 공장 건너편까지도 환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모든 공정이 공개되다 보니 폴크스바겐의 기업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폴크스바겐 관계자는 “공장이 도시 내에서 동떨어진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녹지가 주를 이루는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된 것”이라며 “전 세계 도시와 기업에서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견학을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드레스덴 박건형 순회특파원 kitsch@seoul.co.kr
2010-10-1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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