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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다큐 줌인] 서울 노량진 고시촌을 가다

[포토 다큐 줌인] 서울 노량진 고시촌을 가다

입력 2011-05-21 00:00
업데이트 2011-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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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있기에…젊음을 건다 ‘합격’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청춘들이 묵묵히 책장을 넘기는 곳

새로운 인생의 도약을 위해 젊음을 걸고 그 솟구치는 젊음의 열정을 한편에 묻은 채 묵묵히 책장을 넘기는 곳. 터질 듯한 5월의 신록을 즐기는 것조차 사치로 여기는 젊음들이 모인 곳, 서울 노량진 고시촌이다. 그 고시촌 사람들의 하루가 시작되는 오전 7시, 지하철 노량진역을 20일 다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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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험생이 노량진 고시촌 서점의 계단을 오르고 있다. 계단마다 시험 종류 등의 문구가 붙어 있다.
한 수험생이 노량진 고시촌 서점의 계단을 오르고 있다. 계단마다 시험 종류 등의 문구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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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급 행정직을 준비하며 1년째 고시원 생활을 하고 있는 김민경씨의 공부방.
9급 행정직을 준비하며 1년째 고시원 생활을 하고 있는 김민경씨의 공부방.
몇 차례의 취재 때와 다름없이 이 시간에 역을 나서는 사람 가운데 2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까지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족’이 대부분이다. 봄비가 촉촉이 내리건만 손에 잡힐 듯한 광경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저마다 책 하나씩 손에 쥔 배낭 차림의 무표정한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쫓기듯 잰걸음을 옮긴다. ‘속세´는 여기까지다. 육교를 건너면 ‘노량진 고시촌’이라는 별천지가 펼쳐진다.

콩나물시루 같은 각종 공무원 시험 학원, 밥값이 3000원으로 서울에서 가장 싸다는 식당, 고시촌에서 숙식하는 공시족들을 위해 고시원이 빽빽히 들어선 이곳은 ‘속세’와는 다른 세상처럼 느껴진다.

어린이날인 지난 5일 찾아간 한 고시학원에서는 지방직 9급 공무원 필기시험(5월 14일 시행)을 앞두고 극도의 긴장감으로 가득한 수험생들이 책장 넘기는 소리, 필기하는 소리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수업에 쫓겨 끼니를 놓치고 고시원 식당에서 김밥을 먹고 있는 정세현(26)씨. “컴퓨터 게임을 좋아해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게임 그래픽디자인을 배웠지만, 소질이 없고 미래가 불투명해 진로를 바꿨다.”라면서 “7급도 생각해 봤지만 준비 과목이 많고 전공도 이공계라서 9급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으려고 고시학원에서 강의실 정리 등을 담당하는 지도원으로 활동하며 무료로 수강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도전’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새긴 채 향하는 현재 그의 목표는 단 하나, ‘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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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여 명의 직장인과 수험생들이 강의실을 빽빽이 메운 채 행정학 강의를 듣고 있다.
400여 명의 직장인과 수험생들이 강의실을 빽빽이 메운 채 행정학 강의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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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험생이 시간이 아까운 듯 식사 중에도 메모를 해 가며 공부하고 있다.
한 수험생이 시간이 아까운 듯 식사 중에도 메모를 해 가며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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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의 책상머리에 붙어 있는 문구가 비장하다.
수험생의 책상머리에 붙어 있는 문구가 비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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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보건소에서 고시촌 수험생들을위한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동작보건소에서 고시촌 수험생들을위한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체류 시간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노량진 고시촌에서 공무원이 되기 위해 체류하는 시간은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이다. 사법고시, 행정고시 등 5급 국가고시직에 도전하는 고시족들이 모여 있는 서울대 부근 ‘신림동 고시촌’에 10년 넘게 공부를 하는 수험생이 즐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영규(28)씨는 교원 임용시험 재수생이다. 이씨는 “1차에서 떨어지면 또다시 일 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만 뽑는 인원은 해마다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고 걱정했다. 하루에 네 시간 정도 잔다는 그는 죽을 각오로 이번 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조영진(25)씨는 경찰공무원 시험 삼수생이다. 그는 학원에서 빤히 내려다보이는 동작경찰서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경찰차를 몰아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그가 두 차례의 좌절을 경험하고 주저앉았다가도 다시 일어서게 된 것은 가슴 속에 있는 경찰관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 실업자는 34만 6000명이다. 7·9급 공채 공무원 임용시험의 평균 경쟁률은 2008년 47.9대1, 2009년 61.3대1, 2010년 82.8대1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전쟁터이고, 또 누군가에겐 감옥으로 불리는 ‘노량진’. 결코 놓을 수 없는 앞날에 대한 꿈이 있는 이곳에서 오늘도 고단한 밤을 지새우며 내일을 향해 땀을 흘리고 있는 고시생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글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2011-05-2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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