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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보다 60나노초 빨라… 이론상 시간여행 가능

빛보다 60나노초 빨라… 이론상 시간여행 가능

입력 2011-09-24 00:00
업데이트 2011-09-24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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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입자물리硏 “빛의 속도 앞지른 소립자 발견”

“만약 당신이 빛보다 빠른 속도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면 과거로도 전보를 부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세상에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현대 물리학계의 ‘진리’로 통했던 아인슈타인(1879~1955)의 특수상대성이론을 깨뜨릴 수 있는 도발적 주장이 제기됐다. 세계적 권위의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빛보다 빠른 물질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1905년 세워진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불가능한 일이다. 만일 106년 동안 통했던 이론이 깨져 ‘초광속’으로 날아가는 물질이 등장한다면 이론상 ‘시간 여행’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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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중성미자(뉴트리노·작은 사진)를 진공 상태에서 732㎞ 이동시키는 데 사용한 대형강압자충돌기(LHC). 뉴트리노는 우주를 탄생시킨 대폭발(빅뱅) 때 만들어져 지금도 공기 중을 떠돌아다닌다. 알자지라·가디언 홈페이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중성미자(뉴트리노·작은 사진)를 진공 상태에서 732㎞ 이동시키는 데 사용한 대형강압자충돌기(LHC). 뉴트리노는 우주를 탄생시킨 대폭발(빅뱅) 때 만들어져 지금도 공기 중을 떠돌아다닌다.
알자지라·가디언 홈페이지






또 다른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천동설에서 지동설로의 인식 전환)의 기로 앞에 세계 물리학계는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임스 길리스 CERN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믿기 어렵지만 빛보다 빠른 소립자 중성미자(뉴트리노)를 측정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결과가 너무 놀라워 오류를 찾으려 노력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고도 덧붙였다. CERN 측은 23일 관찰 보고서를 공식 발표하기에 앞서 전날 논문 초고를 온라인 사이트인 ‘ArXiv.org’에 올렸다. 다른 학자들의 비판을 듣기 위해서다. 길리스 대변인은 “실험 관련 정보를 자세히 공개해 다른 연구소에서 동일한 실험을 재현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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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RN 내부 모습
CERN 내부 모습


이번 발견은 뉴트리노를 스위스 제네바의 연구소에서 진공 상태인 땅속으로 732㎞ 떨어진 이탈리아 그란사소 실험실까지 보내는 3년여의 실험 과정에서 얻었다. 실험을 주도한 ‘오페라’ 팀 소속 물리학자들에 따르면 뉴트리노는 빛의 속도(초당 29만 9792㎞)보다 60나노초(nsec·10억분의1초) 빨리 목적지에 도착했다. 다국적 연구팀인 ‘오페라’에는 윤천실 경상대 물리학과 교수팀도 속해 있다.

이 작은 차이가 만들어 낼 변화는 혁명적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우선 광속을 뛰어넘는 물질이 있다면 ‘타임머신’의 제작이 가능해진다. “과거로 간다면 메릴린 먼로를 만나고 싶다.”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꿈도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CERN의 발표가 맞다면 대표적 우주탄생 이론인 ‘빅뱅이론’(우주가 점 같은 상태에서 137억년 전에 대폭발이 일어나 팽창, 현재에 이르고 있다는 것)도 다시 써야 한다. 이 이론이 상대성이론에 기초해 세워졌기 때문이다. 또 ‘원인이 항상 결과에 앞서야 한다.’는 상식도 재검토해야 한다.

‘빛보다 빠른 입자’로 지목된 뉴트리노는 아원자입자(원자보다 작은 소립자) 가운데 ‘가장 기이한 입자’로 꼽혀 왔다. 마치 바람이 그물망을 빠져나가듯 벽과 행성을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으며 3개의 다른 종이 서로 변환되는 특징을 갖는다. 한때 질량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빛의 속도로 여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1998년 실험을 통해 무게를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

‘아인슈타인의 속도계’가 깨질 위기에 놓이자 세계 과학계는 패닉에 빠졌다. CERN의 발견 내용이 알려진 22일 밤부터 물리학자들은 인터넷 블로그에서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고 대부분 “너무 충격적인 결과여서 세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앞서 2007년 미국 시카고의 페르미 연구소에서도 빛보다 빠른 입자를 발견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측정 실수로 밝혀지기도 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1-09-2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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