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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다큐 줌인] 장애인 직업교육 현장을 찾아서

[포토다큐 줌인] 장애인 직업교육 현장을 찾아서

입력 2013-03-18 00:00
업데이트 2013-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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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려야 네일아트 잘하나요… 혼자 못 걸으면 3D 그래픽 못하나요…나는 장인입니다

장애인은 뭔가를 ‘할 수 없는(disable)’사람이 아니다. 장애는 차별이 아니라 차이인 까닭에서다. 따라서 ‘도전받은(challenged)’사람이라는 용어가 곧잘 쓰이고 있다. ‘도전받았다’고 생각하면 극복을 위한 용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재능을 지니고 있다. 장애인도 마찬가지다. 장애인들은 도전을 받으면 뛰어넘기 위해 더 많은 땀을 흘린다. 그러나 차별과 편견의 벽은 아직 높기만 하다. 장애인들이 도전을 위해 직업재활과 관련된 특수교육을 받는 현장과 함께 일터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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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에 자리 잡은 빵공장 ‘파니스’에서 장애우들이 작업에 들어가기 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하루종일 바쁜 일정이지만 여유와 웃음, 서로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다.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에 자리 잡은 빵공장 ‘파니스’에서 장애우들이 작업에 들어가기 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하루종일 바쁜 일정이지만 여유와 웃음, 서로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3일, 경기도 고양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일산직업능력개발원’에는 직업교육을 받으려는 장애인들로 북적였다. 이곳은 지난 1987년에 설립된 국내 최초의 장애인 전용 공공 직업능력개발훈련기관이다. 청각장애인들이 컴퓨터응용기계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마련한 ‘CAD(전산응용설계)전문가 양성과정’을 모집하고 있었다.

지원서를 낸 장애인들은 직무, 적성, 평가 등을 통해 선발되면 6개월간 자격 취득을 위한 훈련을 받는다. 이건식 원장은 “장애인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기회와 여건을 넓히는 것이 목표”라면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전공교육 및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격을 딴 장애인들은 공모전 참가 및 기업 특별 채용에 응시하는 등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보청기를 꽂고 네일아트 전문가 양성과정 수업에 열중인 청각장애인.
보청기를 꽂고 네일아트 전문가 양성과정 수업에 열중인 청각장애인.
CNC선반 기계에 프로그램을 입력하고 부품을 깎는 모습이 진지하다.
CNC선반 기계에 프로그램을 입력하고 부품을 깎는 모습이 진지하다.


3살 때 앓은 소아마비로 지체장애를 앓은 한정원(38)씨도 과정을 마쳤다. 3D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캐릭터디자인너인 한씨의 연봉은 3000만원을 웃돈다. 다른 직원들과 같은 대우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왕복 두 시간 거리를 출퇴근하기가 다소 고될 뿐, 일이 즐겁다는 한씨는 “전문가가 돼 일산직업능력개발원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에 자리 잡은 빵공장 ‘파니스(Panis·생명의 양식, 천상의 빵이라는 뜻)’는 일반 직장에 취업이 어려운 지적장애인들의 직업재활을 위한 보호작업장이다. 10여명의 장애인들이 직업훈련 교사, 자원봉사자와 함께 다양한 빵과 과자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전문 기술이 필요한 일 이외에 빵을 오븐에 굽고 식히고 포장하는 일까지 모든 과정에 장애인들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닿는다. 물론 반죽을 마치면 저울에 달아 빵의 종류와 크기에 맞게 떼어내는 작업도 맡고 있다.
전문 기술이 필요한 것 외에 모든 제빵 과정에 장애인들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닿아 있다.
전문 기술이 필요한 것 외에 모든 제빵 과정에 장애인들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닿아 있다.
3D 애니메이션 제작회사에 근무하는 한정원씨는 전문가가 되어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은 꿈이 있다.
3D 애니메이션 제작회사에 근무하는 한정원씨는 전문가가 되어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은 꿈이 있다.


직업훈련교사인 김영현 사회복지사는 “제빵 기술과 함께 예절교육을 통한 사회생활까지 가르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춘선 관장은 “장애인 근로자들의 가장 큰 장점은 책임감과 성실성”이라며 “많은 기업에서 장애인을 고용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또 “장애인근로자는 조직원의 다양성을 형성할 수 있다.”면서 “말을 할 수 없으면 묵묵히 열심히 일을 할 수 있고 눈이 안 보이면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안마사협회 부설 안마 수련원에서 시각장애인들이 추나(안마) 요법을 실습하고 있다.
대한안마사협회 부설 안마 수련원에서 시각장애인들이 추나(안마) 요법을 실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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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스티븐 호킹’을 꿈꾸며 IT융합 기술을 배우고 있는 장애인들.
‘한국의 스티븐 호킹’을 꿈꾸며 IT융합 기술을 배우고 있는 장애인들.


장애인들은 특별한 대우를 요구하지 않는다. 동등한 능력과 조건이라면 같은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특히 기업들이 장애인이 가진 단점에 대한 편견을 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하고 싶어서다. 차별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에서 당당한 구성원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올바른 이해와 긍정적인 인식이 절실하다는 게 이들의 소망인 것이다.

글 사진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2013-03-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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