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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선임기자의 카메라 산책] 날씨에 울고 웃는 사람들… 기상청에 가다

[이종원 선임기자의 카메라 산책] 날씨에 울고 웃는 사람들… 기상청에 가다

입력 2014-02-10 00:00
업데이트 2014-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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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기누설이 숙명신의영역에 도전 하늘만 보고 산다

입춘(立春)이 지났다. 옛 조상들은 이 시기면 서서히 농사일을 시작할 준비를 했다. 과거 농경 사회에서 날씨의 예측은 농작물의 파종에서 성장, 수확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천문을 관찰하여 백성에게 시간을 알려 준다는 ‘관상수시’(觀象授時)는 임금의 가장 큰 책무였다. 농경사회를 벗어났어도 일기예보는 현대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정보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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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예보관들이 전광판을 통해 실시간 쏟아져 들어오는 국내외 각종 기상자료를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기상예보관들이 전광판을 통해 실시간 쏟아져 들어오는 국내외 각종 기상자료를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기상청 예보관들이 관악산기상관측소 주변에서 기상장비를 이용한 습도, 풍향, 풍속 등의 기상현상을 관측하고 있다. 예보관들은 각종 관측 자료와 대기과학을 이용하여 현재의 기상 상황을 분석하고 일기도를 작성하며 날씨 예보를 하는 사람들이다.
기상청 예보관들이 관악산기상관측소 주변에서 기상장비를 이용한 습도, 풍향, 풍속 등의 기상현상을 관측하고 있다. 예보관들은 각종 관측 자료와 대기과학을 이용하여 현재의 기상 상황을 분석하고 일기도를 작성하며 날씨 예보를 하는 사람들이다.


사흘째 이어지던 입춘 한파가 누그러지기 시작한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기상청 본청. 예보실 안은 컴퓨터와 전광판을 통해 실시간 쏟아져 들어오는 국내외 각종 기상자료를 공유하고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한반도 전체 기상상황을 지방기상청에 전달하고 세부적으로 논의하는 화상회의 시간. 기상청 예보관들은 지방청과 관할 기상대의 관측 자료를 분석한 후 영상토론을 통해 기상예보를 최종적으로 작성한다. 방송국 기상 캐스터가 발표하는 전국의 지역 기상예보는 이곳 자료들을 바탕으로 나온다.

기상예보관들은 1년 내내 하늘을 쳐다보며 마음 졸이고 지내는 사람들이다.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자연현상을 정확하게 예측해 알려야 한다. 이들은 수시로 하늘과 땅을 살핀다. “천기(天氣)를 누설하는 일이 우리들의 숙명입니다.” 전준모 예보관의 말이다. 태풍·집중호우와 같은 재해기상(災害氣象)이 생기면 모든 예보관들은 비상근무에 돌입한다. 그러나 일기예보가 틀렸을 땐 원망의 대상이 된다. 전 예보관은 “정확한 예보를 하려고 하지만 틀렸다는 항의 전화에 시달릴 때가 제일 힘들다”고 말했다. 기술적 한계는 분명히 있다. 그는 한계에 대해 ‘신의 영역’에 도전한다고 말한다. 가장 어려운 것은 적설량(강우량)과 안개 발생 유무다. 산악지형에 따른 기류변화가 심한 우리나라의 특성 때문이다. 현재 비나 눈이 올지 안 올지에 대한 예보의 정확도를 92%가량까지 끌어올린 상태지만 국민들은 정확하게 비나 눈이 오는 시간까지 맞히기를 원하고 있다. “근무를 마치고 밤에 퇴근하면 피곤이 밀려와 일찍 잠들고 싶지만, 혹시나 예보가 틀리지는 않을까 걱정돼 잠 못 드는 일도 다반사”라고 일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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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의 관측장에서 적설량을 관측하고 있다. 뒤편의 백엽상 안에는 온도센서가 들어 있다.
서울 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의 관측장에서 적설량을 관측하고 있다. 뒤편의 백엽상 안에는 온도센서가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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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예보관이 관측 자료를 분석한 후 가상 기상도를 그리고 있다.
기상예보관이 관측 자료를 분석한 후 가상 기상도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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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은 전달력 높은 영상콘텐츠로 인터넷을 통한 기상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기상청은 전달력 높은 영상콘텐츠로 인터넷을 통한 기상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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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에 견학을 온 어린이가 기상캐스터 체험을 하고 있다.
기상청에 견학을 온 어린이가 기상캐스터 체험을 하고 있다.


일기예보가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오늘날 기상학은 미래를 예측하는 블루오션 산업이다. 식음료업체, 여행업계, 패션계 등 산업분야에서는 ‘날씨경영’을 도입한 기상마케팅을 한다. 일기예보의 사회적 가치는 무한하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기상청의 예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예보는 관측과 감시, 자료 수집과 정리, 예측의 연속 과정이다. 날씨 예보는 슈퍼컴퓨터와 예보관의 협동 작업이다. 예보는 전 국민을 상대로 시험을 치는 일이다. 성적표는 몇 시간 뒤면 곧바로 나온다. 예보관들은 그래서 “1년에 두 살씩 먹는다”고 말한다. 기상청의 캐치프레이즈는 ‘하늘을 친구처럼, 국민을 하늘처럼’이다. “예보관이 힘들수록 국민들은 더 편해진다는 생각에 긍지와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고 그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날씨예보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고 조금만 후한 점수를 준다면 그들은 더 정확한 예보로 보답할지 모른다. 곧 남녘의 꽃소식을 전해 줄 것이다.

jongwon@seoul.co.kr
2014-02-1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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