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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 선임기자의 차이나 로드] 막강 파워 ‘新권력 축’ 당·정·군 초호화 진용 강도 높은 개혁 예고

[김규환 선임기자의 차이나 로드] 막강 파워 ‘新권력 축’ 당·정·군 초호화 진용 강도 높은 개혁 예고

입력 2014-02-15 00:00
업데이트 2014-02-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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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파워그룹 ‘개혁영도소조’

지난달 22일 오후 중국 베이징의 당중앙 개혁영도소조 회의장. 회의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열린 제18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결정된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정책을 총괄하는 영도소조의 첫 번째 회의를 갖는 엄숙하고 진중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영도소조장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해 당·정·군 최고위 관료 23명은 중국 사회의 최대 화두인 개혁을 보다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 굳은 의지를 다졌다. 시 주석은 “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어려움을 하나하나 극복하고, 문제도 하나하나 해결해야 한다”면서 “문제점을 용감하게 제기하고 잘 대처함으로써 빠르고 안정되게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가운데) 국가주석이 지난달 22일 당중앙개혁영도소조 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CCTV 캡처
시진핑(가운데) 국가주석이 지난달 22일 당중앙개혁영도소조 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CCTV 캡처
중국의 새로운 권력 중심인 ‘개혁영도소조’가 시운전에 들어갔다. 소조의 태동을 알리는 이날 첫 번째 회의에서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와 류윈산(劉雲山) 당중앙서기처 상무서기, 장가오리(張高麗) 국무원 상무부총리 등 3명의 당중앙 정치국 상무위원이 영도소조 부조장을 맡았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소조장과 소조 부조장 못지않게 소조원들도 중국을 이끌어가는 핵심 실세들로 꾸려졌다. 기구의 특성과 구체적인 명단은 공표되지 않았지만, 이날 저녁 7시 중국중앙방송(CCTV) 화면에 시 주석을 중심으로 원탁에 둘러앉은 지도자들이 소조원들로 파악되고 있다.

소조원들은 공산당중앙에서 자오러지(趙際) 조직부장, 류치바오(劉奇?) 선전부장, 리잔수(栗戰書) 판공청 주임, 왕후닝(王?寧) 정책연구실 주임, 자오훙주(趙洪祝) 기율검사위원회 부서기, 두칭린(杜靑林) 서기처 서기 등이 선출됐다. 국무원(행정부)에선 마카이(馬凱) 국무원 부총리, 류옌둥(劉延東) 부총리, 왕양(汪洋) 부총리,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 등이, 군부에선 쉬치량(許其亮)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뽑혔다. 법조계에선 멍젠주(孟建柱) 당중앙 정법위원회 서기, 궈성쿤(郭聲琨) 공안부장, 저우창(周强) 최고인민법원장, 차오젠밍(曹建明) 최고인민검찰원 검찰장 등이 선정됐다. 입법부에선 리젠궈(李建國)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부위원장, 왕천(王晨) 전인대 비서장이,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전국 정협)에서는 장칭리(張慶黎) 전국정협 부주석, 왕정웨이(王正偉) 국가민족사무위원회 주임이 각각 선출됐다. 새로운 중국 권력의 핵심으로 등장한 개혁영도소조의 초호화 진용이 사실상 베일을 벗은 것이다.

중앙개혁영도소조에는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7명 가운데 4명, 정치국위원 18명 가운데 10명이 포함돼 있다. 중국 권력 핵심 25인(정치국원) 가운데 무려 14명이 참여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영도소조의 경우 부총리(정치국원)가 소조장을 맡고 부장(장관·중앙위원·권력 서열 205위 이내)이 부조장, 부부장(차관)이 소조원으로 구성되는 게 관례이다. 최고 지도부 4명이 개혁영도소조를 이끌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 기구의 막강한 정치적 카리스마와 무게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게 베이징 정가 소식통들의 지적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소조의 실무 책임자인 소조판공실 주임에는 왕후닝 당중앙정책연구실 주임과 류허(劉鶴)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왕 주임은 정치국원 가운데 유일하게 주요 보직이 없지만 해외 순방 때마다 시 주석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해 왔다. 왕 주임이 ‘정치 책사’라면 류 부주임은 시 주석의 경제 밑그림을 그리는 ‘경제 책사’이다. 오는 3월 전인대 기간 인사와 조직 구성에 대한 세부안을 발표하고 공식 출범할 것으로 관측된다.

소조원 면면은 영도소조가 앞으로 당과 경제, 인민해방군, 공안, 입법, 사법 등의 분야에서 강력한 개혁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총리와 부총리가 모두 참여한 국무원 개혁이나 류윈산 서기→류치바오 선전부장→ 왕천 부위원장으로 이어지는 이데올로기와 언론, 인터넷에 대한 개혁 조치가 주목된다. 법조 인사들이 총망라되면서 이들이 중국의 인권과 법치 수준을 높이는 데 어떤 역할을 할지도 기대된다. 개혁영도소조 산하에는 ▲경제체제 개혁 ▲생태문명체제 개혁 ▲민주법제영역 개혁 ▲문화체제 개혁 ▲사회체제 개혁 ▲당의 건설제도 개혁 ▲기율검사체제 개혁 등 분과별로 6개 전문 소조가 설치됐다.

개혁영도소조는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 전 부문에 걸친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창설된 기구다. 각 부문의 개혁을 설계·구체화시키는 한편 개혁 과정에서 빚어지는 이익집단 간의 충돌을 조정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셰춘타오(謝春濤) 공산당중앙당교 교수는 “지금까지 개혁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서 총괄해 왔으나 일부 분야, 특히 정책을 제정하는 문제 등에서 한계가 있었다”면서 “개혁영도소조의 신설은 개혁 관련 설계와 협조, 추진, 감독 등 단계별 실행을 보장할 뿐 아니라 개혁의 체계성과 협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총리가 추진하기에 버거울 수 있는 개혁작업에 힘을 싣기 위해 초호화 진용을 갖췄다는 게 베이징 정가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시 주석도 러시아TV와 가진 인터뷰에서 “맛있는 고기(쉽게 할 수 있는 개혁)는 이미 다 먹었다. 이제 물어뜯기 어렵고 딱딱한 뼈(어렵고 힘든 개혁)만 남았다”고 밝혀, 앞으로는 실행하기 어렵고 강도 높은 개혁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개혁영도소조의 야심찬 첫 번째 회의는 탈세 의혹으로 빛이 바랬다. 앞서 중국 전·현직 최고 지도부의 친·인척 5명이 조세회피처를 통해 탈세를 꾀했다고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폭로한 까닭이다. 시 주석을 비롯해 덩샤오핑(鄧小平) 전 당중앙군사위원회 주석,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원자바오(溫家寶)·리펑(李鵬) 전 총리의 친·인척이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세워 거액의 자산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은 “독자의 각도에서 보면 그들의 논리가 사람들을 납득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그 배후의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맹비난했다.

khkim@seoul.co.kr
2014-02-1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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