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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 톡 경제 콘서트] (32) 통계적 착시란 무엇이고 왜 생길까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 톡 경제 콘서트] (32) 통계적 착시란 무엇이고 왜 생길까

입력 2014-06-09 00:00
업데이트 2014-06-09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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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너무 다른 경제통계, 기저효과·이상기온 등이 원인

현대인들은 과거와 달리 통계, 특히 경제 통계에 근거해 경제 실상을 파악하고 미래를 전망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려고 노력한다. 정부나 한국은행과 같은 정책결정기관은 물론이고 기업이나 일반 국민들도 경제 통계를 잘못 해석해 의사 결정을 내리면 간혹 예기치 못한 이득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경제적 손실을 입거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된다. 이처럼 의사결정을 할 때 중요한 근거로 쓰이는 경제 통계에 대한 해석이 경제 상황과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통계적 착시로 인해 서로 다른 주장이 제시돼 이용자들을 혼란에 빠트리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통계적 착시란 발표된 경제 통계가 경제 실상과 괴리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통계 수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릇된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통계적 착시에 대한 논란은 발표된 통계의 변동성이 커지는 경우, 실적치가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는 경우, 지표 경기가 체감 경기와 괴리를 보이는 경우에 주로 제기된다. 예컨대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3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만 6205달러로 전년(2만 4696달러)에 비해 6.1% 늘었다. 이는 원·달러 환율의 하락 즉 원화 강세의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즉 원화 기준으로 보면 1인당 국민소득은 2870만원으로 전년(2783만원)에 비해 3.1% 늘어나는 데 그친다. 이처럼 미국 달러 기준으로 1인당 국민소득의 변화를 파악할 때 환율 변동을 고려하지 않으면 통계적 착시에 빠질 수 있다. 통계적 착시는 기저효과, 통계 자체의 한계, 통계 작성 기준 변경, 새로운 제도의 시행, 환율의 움직임, 영업일수의 변동, 이상기온, 파업 등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한다. 이 가운데 주의가 필요한 몇 가지 요인들에 대해 살펴보자.

우선 통계적 착시는 기저효과(base effect)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기저효과는 기준 시점의 통계가 어떤 특정 요인에 의해 한번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이면 비교 시점 통계의 변동성이 반사적으로 커지는 경우를 말한다. 그래서 반사효과라고도 부른다. 기저효과가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음력으로 지내는 명절 시기이다. 설과 추석 직전과 직후 월의 소매판매액이 전월 대비 각각 큰 폭의 플러스와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명절 전에 소비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와 같이 지난해 2월에 있던 설이 1월로 이동하면 올 1월과 2월 소매판매액의 전년동월 대비 증가율 역시 각각 큰 폭의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보일 개연성이 높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소매판매는 금년 1월 전년 동월에 비해 5.6% 급증한 후 2월에는 0.4% 감소했다.

기저효과에 따른 통계적 착시를 피하려면 현재 비교 시점은 물론 과거 기준 시점에 특이 사항이 없었는지 점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몇 개월 평균치를 이용해 분석하거나 명절 요인이 제거된 계절변동조정통계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래도 기저효과의 크기를 정확히 측정하기가 어렵고 통계가 기저효과에 의해서만 설명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통계적 착시에 대한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렵다.

신승철 경제통계국 지출국민소득팀 차장
신승철 경제통계국 지출국민소득팀 차장
통계 자체의 한계가 통계적 착시를 일으킨다는 비판도 많다. 주요 경제 통계는 장기간의 이론적 논의와 실증적 검증을 거쳐 마련된 국제 지침에 따라 여러 나라에서 거의 같은 방식으로 작성되기 때문에 방법론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경제 구조 등이 급격히 변해 통계가 경제 현실이나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 통계적 착시 문제와 함께 기존 통계에 대한 신뢰성에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예를 들어 고용통계의 경우 실제 고용사정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매월 발표되는 취업자 수나 실업률은 나쁘지 않은 것처럼 나오는 경우가 있다. 정부가 복지정책을 확대해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늘어나거나 구조조정 등으로 퇴직하거나 은퇴한 사람들이 자영업 창업에 적극 나서는 경우 취업자 수는 늘지만 고용의 질은 떨어진다. 또한 취업난으로 인해 구직을 단념하거나 취업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실업률은 오히려 떨어지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는 이들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아예 실업자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 현실에 맞는 고용지표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그때그때 경제 현실에 딱 맞는 통계를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통계적 착시는 통계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이용자들의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크므로 통계를 만드는 기관들은 방법론에 집착하기보다는 이용자의 수요와 경제 실상의 변화를 반영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통계 작성기준을 바꾸는 경우에도 통계적 착시 논란이 발생하곤 한다. 경제 통계의 본질은 경제 실상에 대한 설명력인데 경제 구조의 복잡화, 신기술의 개발, 신상품의 등장과 구(舊)상품의 퇴장, 소비행태의 변화 등으로 시간이 갈수록 기존 통계의 현실 반영도가 떨어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소득통계와 같은 주요 경제 통계들은 통상 5년마다 기준년 개편 작업을 실시하고 과거 시계열을 수정한다. 또한 대부분의 주요 경제지표들은 유엔, 국제통화기금(IMF), 국제노동기구(ILO) 등과 같은 국제기구들이 마련한 국제 지침을 기본 매뉴얼로 삼고 있는데, 국제 지침이 바뀌면 통계를 만드는 기관에서는 이를 이행하면서 기존 통계를 고쳐 통계의 현실 반영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예컨대 국민소득통계의 국제기준인 ‘국민계정체계’가 2008년 개정됐는데, 기존에 생산비용으로 처리하던 연구개발(R&D) 지출을 자산으로 인식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선정됐다. 이는 R&D가 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등 생산 과정에서 반복적·지속적으로 쓰인다는 측면에서 투자 자산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개정된 2008년 국민계정체계에 따라 국민소득통계의 2010년 기준년 개편 작업을 실시했는데, 그 결과 R&D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늘리고 경제성장률과 1인당 GNI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즉 경제 실상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작성기준 변경으로 경제 지표가 개선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준년 개편이나 국제기준 개정 등에 따른 통계 수정에 대해 통계적 착시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통계 작성기법의 변경은 경제 현실과 경제 이론의 변화에 맞춰 충분한 근거와 합리적인 방법에 기초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또한 앞으로 새 기준으로 통계가 계속 발표되기 때문에 익숙한 과거 방식이나 숫자를 고집하기보다는 새 이론과 기준에 맞춰 우리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경제 통계는 미리 정해진 기준과 다양한 기초 자료를 이용해 복잡한 경제 현상을 단일 수치로 나타낸 것이므로 이해당사자에 따라 서로 다른 해석이 가능하며, 통계 자체에 착시를 일으킬 소지도 다분히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통계 자체가 틀렸거나 오류가 있다고 오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용자들은 통계적 착시를 일으키는 요인에 대해 보다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으며, 특정 통계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관련된 다른 지표들의 움직임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신승철 경제통계국 지출국민소득팀 차장

[쏙 쏙 경제용어]

■기준년 개편 기준년이란 통계 작성 대상이 되는 상품 구성이나 개별 상품에 가중치를 제공하는 연도, 지수가 100인 연도 등을 의미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통계의 유효성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기준년을 바꾼다. 우리나라는 5년 주기로 국민소득통계의 기준년을 바꾸고 있다. 국민소득통계의 현재 기준년은 2010년이다.
2014-06-0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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