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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나토 로켓발사기지에 들어선 랑엔재단 미술관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나토 로켓발사기지에 들어선 랑엔재단 미술관

입력 2014-09-17 00:00
업데이트 2014-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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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호수 위 유리조각품 같은 건물…랑엔 부부의 소장품 800여점 전시

인젤 홈브로이히에서 1㎞ 거리에 있는 ‘로켓발사기지 홈브로이히’는 용도가 바뀌는 공공시설물의 재개발 성공 사례로 눈길을 끈다. 40㏊가 넘는 광활한 로켓발사기지의 군사시설들이 화가의 아틀리에, 시인과 소설가의 창작 스튜디오, 과학자들의 연구실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인공위성에서도 감지되지 않는다는 벙커와 격납고, 감시탑 들은 예전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며 냉전시대의 역사를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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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서북부의 새로운 문화명소로 각광받는 로켓기지 홈브로이히의 랑엔재단 미술관. 단순하지만 인상적인 미술관은 일본 출신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했다.
독일 서북부의 새로운 문화명소로 각광받는 로켓기지 홈브로이히의 랑엔재단 미술관. 단순하지만 인상적인 미술관은 일본 출신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했다.


제2의 인젤 홈브로이히 프로젝트로 불리는 로켓발사기지 곳곳에는 칠리다, 니시카와, 크루제 등 쟁쟁한 아티스트의 환경조각 작품들이 설치돼 있다. 또한 드넓은 부지 곳곳에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랑엔재단 미술관 외에 인젤 홈브로이히의 건축물을 설계한 헤리히의 도서관과 루시오 폰타나의 작업실,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건축가의 집 등이 들어서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건물은 안도 다다오의 랑엔재단 미술관이다.

이곳의 자연을 살린 미술관을 지어 달라는 뮐러의 의뢰를 받은 안도 다다오는 낮은 언덕, 아치형 인공호수, 유리와 콘크리트로 된 기다란 직사각형 건물에 같은 재질로 된 입방체 건물이 45도로 박혀 있는 전시관으로 구성된 미술관을 디자인했다.

1979년 스위스의 아스코나에 미술관을 세운 빅토르와 마리안 랑엔 부부는 자연과 건축, 미술관이 조화로운 미술관을 다시 짓기 위해 장소를 물색 중이었다. 이들은 인젤 홈브로이히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2001년 안도 다다오의 디자인대로 미술관을 건립·운영할 재단의 설립에 큰 재산을 기부했다. 대자연 속에 들어선 젠 스타일의 미술관 콘셉트가 그들이 1950년대부터 소장해 온 일본 고(古)미술품 500여점과 300여점의 현대미술품을 전시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리안 여사는 매주 공사 현장을 방문해 미술관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그녀는 안타깝게도 미술관 개관 7개월 전 지병으로 타계했다.

2004년 9월에 개관한 섬세하고 아름다운 미술관에 대한 찬사는 끊이지 않는다. 담을 지나 들어가면 잔잔한 인공호수가 보이고 그 뒤로 미니멀 스타일의 심플한 미술관 건물이 마치 물에 떠 있는 것처럼 신비롭게 보인다. 전시관은 안도의 특기인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된 육면체의 건물을 유리와 강철로 된 구조물로 덧씌워 놓은 구조다. 기온차가 많은 바깥 날씨의 영향을 덜 받게 하면서 태양광을 사철 만끽하며 건물 안에서도 바깥 풍경을 만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미사일기지의 노출을 막아 주던 흙 둔덕은 지금은 랑엔재단 미술관의 예술적인 공간과 외부를 구분 짓는 역할을 한다.

미술관 건물은 외부에서 보기엔 단층이지만 내부는 전체 3층으로 구성돼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을 배치했다. 유럽에선 보기 드문 12~19세기 일본 미술 컬렉션을 자랑하는 미술관은 앤디 워홀, 막스 베크만, 안젤름 키퍼 등 20세기 서구미술의 주요 작가들 작품과 21세기 최신 미술 경향을 소개하는 기획전으로 독일 북서부 지역의 대표적 문화 명소가 되고 있다.

lotus@seoul.co.kr
2014-09-1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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