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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17] IS의 코엑스 폭파 소동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17] IS의 코엑스 폭파 소동

입력 2015-10-26 13:28
업데이트 2015-10-2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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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서울 강남 한복판이 테러위협으로 초비상 사태에 빠졌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연계조직 ‘안사르 알 딘’이 25일 코엑스를 폭파하려 든다는 첩보가 입수돼 빚어진 소동이다.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주재 한국대사관에 테러와 관련한 신고 전화가 걸려와 경찰 특공대와 기동대가 코엑스 전역을 검색하고 순찰했지만 다행히 불상사는 없었다. ‘코엑스 수퍼마켓 테러’ 첩보내용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SNS 등에 “근처에 있으면 당장 피하라”는 글이 홍수를 이루었다고 한다.

지난 2001년 9월11일 이른바 ‘9·11 사태’로 기억되는 9·11 참사 때 희생된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의 항공기 테러 당시 모습.
지난 2001년 9월11일 이른바 ‘9·11 사태’로 기억되는 9·11 참사 때 희생된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의 항공기 테러 당시 모습.
 한국을 겨낭한 이슬람 무장단체의 테러 위협은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며 굵직굵직한 국제행사를 앞두고 알카에다를 비롯한 단체들이 경고 차원의 테러 메시지를 간헐적으로 보내왔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날짜며 장소를 명시한 테러 위협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뜩이나 지난 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량살상 목적의 사제폭탄 원료를 밀수입하려 한 외국인 5명을 적발해 국내입국을 차단했다’는 국정원의 보고까지 있었던 터라 공포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이슬람 무장단체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그저 ‘막연한 위험군’ 쯤에 머문 수준일 것이다. 2001년 항공기 납치 동시다발 자살 테러로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을 무너뜨린 9·11사건도 이 땅에선 희생과 아픔의 크기와 달리 먼 나라에서 벌어진 안타까운 참사 쯤으로 여겨진다. 2007년 분당 샘물교회 목사와 신도의 아프카니스탄 피랍, 살해 사건이 그나마 직접적인 위험성을 알게 해준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역시 대부분 사람들의 기억 속엔 먼 나라에서 있었던 참사로 인상지어진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양상이 크게 다르게 다가온다. 그 무장 세력들과 한국의 관계가 한결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한국 청년 김모(18)군이 시리아 IS에 가담했다는, 믿기 어려운 일이 사실로 확인됐던 터이다. IS와 이슬람 무장 단체들의 SNS나 유투브를 통한 포섭과 유인 공작은 아주 집요하고 현실적인 것이어서 젊은이들이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라고 한다. 유럽에서 IS 가담차 제 나라를 떠나는 대학생이며 젊은 층의 러시가 이제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닌 위험한 상황인 것이다. 실제로 국정원은 최근 IS 가담을 시도한 내국인 2명을 추가 적발해 출국금지 조치했다고 한다.

 신정 국가체제를 지향하는 IS를 포함한 대다수의 이슬람 무장단체는 정통 이슬람의 교리와는 한참 괴리된 무리들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를테면 전쟁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일반인을 공격해 죽이는 집단학살이나 여성학대, 자살 테러같은 잔학 행위는 보통의 무슬림이라면 상상도 하기 어려운 죄악이다. 그 뻔히 눈에 보이는 모순의 죄악을 밥먹듯이 저지르는 야만성을 보고도 왜 세계의 젊은이들은 속절없이 빠져드는 것일까.

 청년들의 IS 가담은 IS의 속성과 조직 논리상 ‘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셈이라고 한다. IS는 과거 어느 테러 세력보다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체계적이며, 현대적인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충성 맹세를 하는 테러단체가 늘고 있고 청년들의 동조가 IS 세력 확장 속도에 박차를 가하게 만드는 큰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소외된 청년들이 IS를 도피처로 생각하는 인식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 땅에서도 부쩍 높아가고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 주말 큰 소동을 불렀던 테러의 목표 지점은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이 땅의 대표적 ‘청년 특구’로 알려져있다. 그래서 이번 코엑스 소동은 더 ‘섬뜩한’ 해프닝일 수 밖에 없다.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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