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김지연의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 (13) 행복을 위한 웨어러블

[김지연의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 (13) 행복을 위한 웨어러블

입력 2015-11-19 10:28
업데이트 2015-11-19 10:2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강원도 홍천에 가면 자연 속에서 건강한 삶을 체험하는 ‘힐리언스 선마을’이란 곳이 있다. 그곳의 촌장이며 정신과 의사인 이시형 박사는 81세의 나이에도 ‘팔순의 젊은 청년’, ‘사십대 같은 팔십대’로 불리는 대한민국 건강 전도사다. 그는 “100세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죽는 날까지 건강하게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움직이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 몸의 근육은 40세 이후 매년 1%씩 줄어든다고 한다. 특별히 근력 운동을 하지 않는 경우 80세가 되면 40%의 근육이 감소하는 셈이다. 나이가 들어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주된 원인은 근력의 부족이다. 더욱이 사고나 질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이런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웨어러블 기기가 작은 희망이 되고 있다.

Rewalk (출처 www.rewalk.com)
Rewalk (출처 www.rewalk.com) Rewalk (출처 www.rewalk.com)
 
 2012년 런던 마라톤 대회에서 클레어 로마스라는 여성이 17일 만에 풀코스를 완주하였다. 영국의 보석 디자이너였던 그녀는 5년 전 낙마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어 걸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과 같은 장애우의 재활을 연구하는 자선단체 모금을 위해 대회에 출전한 것이다. 전 세계 매스컴은 이 아름다운 도전에 찬사를 보냈다. 그녀가 42km의 대장정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함께한 가족의 사랑과 리워크(Rewalk)라는 입는 로봇 덕분이었다. 리워크는 이스라엘 아르고사의 제품으로 척수가 손상된 환자들을 걷게 해주는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이다. FDA(미국 식품의약국) 승인까지 받은 이 제품은 최근 ‘리워크 퍼스널 6.0’이 나오면서 사용자가 더 자연스럽게 걷고 계단도 오르내릴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되었다. 실제 착용한 환자들은 휠체어에서 일어나 걷게 해준 이 로봇의 이름을 ‘자유(freedom)’라고 부른다. 웨어러블이 스마트워치의 편리함을 넘어 인간의 행복을 위한 기술로 다가온다.

이미지 확대
Ekso Suit (출처: 영화 Edge of Tomorrow)
Ekso Suit (출처: 영화 Edge of Tomorrow) Ekso Suit (출처: 영화 Edge of Tomorrow)
산업 현장에서 종일 무거운 기계를 들고 일하는 작업자나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 군장을 지고 전장을 누비는 군인을 위한 장비도 개발되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은 영화 아이언맨 주인공의 철갑 옷인 ‘아이언맨 수트’나 엣지오브투머로우(Edge of tomorrow)에서 톰 크루즈가 입었던 ‘엑소수트(Ekso Suit)’와 같이 SF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인간의 육체적인 한계를 극복하거나 신체의 결함을 보조하기 위해 입는 로봇을 외골격(外骨格)이란 뜻의 엑소스켈레톤(Exoskeleton)이라고 부른다. 지금은 미국과 일본이 시장을 주도하는 시작 단계지만 2025년에는 시장규모가 5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지 확대
Ekso Bionics의 HULC (출처 Google)
Ekso Bionics의 HULC (출처 Google) Ekso Bionics의 HULC (출처 Google)
 최초의 입는 로봇은 1960년대 GE가 개발한 하디맨(Hardimen)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디맨을 착용하면 4.5kg의 힘으로 110kg을 들 수 있어 무려 25배나 강력한 파워를 낸다. 하지만 650kg에 달하는 무게와 불안정한 동작으로 실용화는 되지 못했다. 이후 웨어러블 로봇은 군사용으로 개발되었다. 2000년대 미국 국방성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주도로 방위 산업체인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과 레이시온(Raytheon)이 실전 배치가 가능한 수준의 군사용 웨어러블을 선보였다. 록히드마틴 산하의 엑소바이오닉스(Ekso Bionics)사가 개발한 헐크(HULC, Human Universal Load Carrier)를 착용하면 90kg의 군장을 지고 시속 16km로 산악지대를 달릴 수 있다. 엑소바이오닉스는 이 기술을 이용하여 재활치료용 엑소(Ekso)와 건설 현장이나 공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산업용 웨어러블 ‘포티스(FORTIS)’도 개발하였다. 20kg 정도의 장비를 여성도 거뜬히 들고 작업을 할 수 있을 정도다.

이미지 확대
FORTIS (출처 www.lockheedmartin.com)
FORTIS (출처 www.lockheedmartin.com) FORTIS (출처 www.lockheedmartin.com)
한편 일본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생활 밀착형 제품을 주로 개발해 왔다. 사람처럼 두발로 걷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ASIMO)를 만든 혼다(Honda)는 노약자를 위한 ‘보행 어시스트(Honda Walking Assist)’를 최초로 선보였다. 이 제품은 허리 쪽에 붙어있는 센서로 보행 패턴을 인식해 적절한 타이밍으로 허벅지를 밀어 힘을 덜 들이고 걷게 해준다. 시카고 재활병원에서 임상을 거쳐 우선 뇌졸중이나 골절로 보행이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판매될 계획이다. 하반신의 근력이 약한 노인을 위한 제품도 곧 출시할 예정으로 실버 세대의 삶의 질을 높여 줄 제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노동인력의 감소로 산업분야에서의 적용도 확산되는 추세다. 전자제품 회사인 파나소닉(Panasonic)은 물건을 들거나 작업을 보조하는 ‘어시스트 수트(Assist Suit)’를 출시하였다. 짐을 들어 올릴 때 허리의 부담을 15kg 정도 도와주는데 자체 무게는 6kg에 불과하다. 

 Honda Walking Assist(출처 Honda)
 Honda Walking Assist(출처 Honda)  Honda Walking Assist(출처 Honda)
대기업뿐만 아니라 벤처 기업의 활약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웨어러블 로봇업체 CEO 중에서 포브스(Fobes)가 선정한 수퍼리치가 탄생했다. HAL(Hybrid Assistive Leg)이라는 제품으로 유명한 사이버다인(Cyberdyne)의 설립자 산카이 요시유키가 그 주인공이다. 쓰쿠바 대학의 교내 벤처로 출발해서 2004년 설립된 사이버다인은 지난 3월 상장 이후 산카이의 자산이 10억 달러로 평가되면서 억대 부자 반열에 올라섰다. HAL을 착용하면 근력이 10배 가까이 강해지는 효과가 있어 70kg 정도의 물건은 가볍게 들 수 있고 노인이나 장애인의 보행에도 도움을 준다. 유럽에서는 의료기기 승인을 받았고 미국 FDA와 일본의 의료기기 승인을 진행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도쿄 이과대학의 벤처 이노휘스가 간병인용으로 개발한 근력증강 로봇인 ‘머슬수트(Muscle Suit)’도 양산을 시작했다. 무게 4.5kg의 지게처럼 생긴 이 장비를 몸에 걸치면 30kg 정도의 무게를 더 들 수 있어 쉽게 환자를 들거나 옮길 수 있게 해준다. 야노경제연구소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3000만 명을 넘어선 일본의 간호 로봇 시장이 2020년에는 350억 엔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미지 확대
Cyberdyne HAL (출처 Tsukuba 대학)
Cyberdyne HAL (출처 Tsukuba 대학) Cyberdyne HAL (출처 Tsukuba 대학)
국내도 일부 기업과 대학을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하여 빠르게 기술 격차를 줄여가고 있다. 한양대 한창수 교수가 설립한 헥사시스템즈(HEXAR)의 웨어러블 로봇은 세계 수준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 작년 국제 병원의료산업 박람회에서는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환자가 이 회사의 로봇을 입고 걷는 것이 방송되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저희 같은 사람들은 일어서는 게 꿈입니다. 그런데 버튼 하나 눌러서 자리에서 일어서고 걷는 건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8월 미국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보행보조용 로봇을 선보였다. H-LEX(Hyundai Lifecaring EXoskeleton)로 불리는 이 로봇은 노약자 보행과 재활 보조용으로 연구 중이다. “당장 돈을 벌기보다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라고 한다.
 

이미지 확대
 HEXAR(출처 HEXAR Systems)
 HEXAR(출처 HEXAR Systems)  HEXAR(출처 HEXAR Systems)

 
 끝으로 웨어러블 로봇의 성공에 필요한 것들을 간략히 짚어보자. 첫째는 가격이다. 장애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클레어 로마스가 마라톤을 할 때 입었던 리워크(Rewalk)는 7만 달러이고 엑소바이오닉스 제품은 10만 달러로 아직은 비싸다. 사이버다인의 HAL은 최소사양 제품이 2만 달러이고, 혼다의 리스 요금은 3년 약정에 월 4만 5000엔이다. 앞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양산 체제를 갖추면 소비자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일반 노약자용 로봇 가격이 2~300만 원 정도가 되면 대중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두 번째로 웨어러블 로봇은 사용자의 동작 의도를 잘 파악해야 한다. 웨어러블 로봇은 사람의 몸에 직접 접촉하여 사용하는 기기이다. 기존의 로봇처럼 반복적인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의도를 재빨리 알아차려서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지하려고 하는데 힘을 가하거나 계단을 내려오는데 타이밍을 잘못 맞추어 밀면 부상이나 사고의 위험이 있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근육이나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로 사전에 의도를 파악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현재는 주로 몸이 움직이면서 나타나는 회전, 힘, 기울기 등으로 사후에 의도를 파악하고 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아직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센서와 인공지능 등의 기술 발전으로 몇 년 내에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머지않아 거동이 불편하신 부모님께 웨어러블 로봇을 선물할 날이 올 것 같다.
 
 R&D경영연구소 소장 jyk9088@gmail.com
 
 <약력>
 ▪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임원(전) ▪ 삼성중국연구소 소장(전) ▪ 한국과학기술원 공학박사

많이 본 뉴스

22대 국회에 바라는 것은?
선거 뒤 국회가 가장 우선적으로 관심 가져야 할 사안은 무엇일까요.
경기 활성화
복지정책 강화
사회 갈등 완화
의료 공백 해결
정치 개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