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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국형 전염병, 폭염에 15년 만에 고개… 콜레라 집단감염 역학조사 결과에 촉각

후진국형 전염병, 폭염에 15년 만에 고개… 콜레라 집단감염 역학조사 결과에 촉각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16-08-23 23:24
업데이트 2016-08-24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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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 방역 초비상

50대, 남해 식당서 감염됐다면 다른 사람들도 걸렸을 가능성
날 해산물·오염된 식수로 전파
“후진국형 病… 발병 예상 못 해”

국내에서 15년 만에 콜레라가 발생한 배경으로 질병관리본부는 연일 계속된 가마솥더위를 꼽았다. 아직 역학조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감염경로를 밝힐 순 없지만, 무더위로 균이 번식하기에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23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브리핑을 열어 “콜레라에 걸리려면 콜레라균 한두 마리로는 안 되고 수천에서 수억 마리가 입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날이 갑자기 더워지며 균이 이상 증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콜레라에 걸린 A(59)씨는 남해로 가족 여행을 갔다 온 뒤부터 설사, 구토 등의 증상이 발생했는데, 만약 감염원이 남해 지역 식당이었다면 해당 식당에서 음식을 먹은 다른 이들도 콜레라에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근거로 질병관리본부는 콜레라 집단감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콜레라는 날것 또는 덜 익은 해산물, 오염된 식수, 콜레라 환자의 대변이나 구토물에 오염된 식품을 통해 전파된다. 우리나라에서도 1940년까지 콜레라가 29차례나 대유행했으며 1980년(145명), 1991년(113명), 1995년(68명)에도 덜 치명적인 ‘엘토르’형 콜레라가 유행했다. 2001년 경상도를 중심으로 콜레라가 전국적으로 유행해 142명의 환자가 발생한 후에는 환자 수가 확 줄었으며, 2001년 이후에는 해외에서 콜레라균에 감염된 환자만 몇 명 있었을 뿐 국내 발생 사례는 없었다.

후진국형 전염병인 콜레라가 국내에서 다시 발생한 데 대해 감염병 전문가들은 예상치 못한 일이라는 반응이다. 정 본부장은 “집단 발병 소지가 있다고 보고 심각하게 조사할 계획”이라며 “일단 조리 시 손을 깨끗이 씻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선시대만 해도 콜레라는 ‘호열자’로 불리는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사망하지 않는다. 콜레라는 백신이 있지만 일반 의료기관에선 맞기 어렵고 면역 효과가 낮아 권장하지 않는다.

하반기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재공습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에서 174명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59명(치명률 33.9%)이 사망했다. 환자 발생국 대부분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올 들어 8월 20일까지 신고된 메르스 의심 환자 135명 가운데 80명(59.3%)이 아랍에미리트를 다녀왔고 33명(24.4%)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다. 만약 중동 국가에서 병원 내 2차 감염이 발생한다면 환자가 많이 증가하면서 메르스가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도 커진다.

질병관리본부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끝난 후 지카바이러스 환자가 다수 유입될 가능성에 대비해 1년간 한시적으로 민간 기관에서도 메르스와 지카 검사를 하도록 했다.

한편 국내 지카바이러스 환자 10명 가운데 3명의 거주지(서울 강북구·관악구, 강원 강릉시) 주변에서 숲모기를 채집한 결과 지카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

오송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6-08-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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