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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그래도 나는 일어서리라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그래도 나는 일어서리라

입력 2016-12-07 22:36
업데이트 2016-12-08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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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일어서리라(Still I Rise)

-마야 앤젤루

너의 그 심하게 비틀린 거짓말로

너는 나를 폄하해 역사에 기록하겠지

너는 나를 아주 더럽게 짓밟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먼지처럼, 나는 일어날 거야.

나의 당돌함에 네 속이 불편한가?

왜 너는 찌푸리고 괴로워하지?

내가 거실에서 솟아나는 기름을 바른 듯 당당하게

걷기 때문인가.

태양처럼 달처럼,

밀물과 썰물처럼 분명하게

높이 솟구치는 희망들처럼

그래 나는 일어설 거야

너는 내가 부서지는 모습을 보길 원하지?

고개 숙이고 눈을 내리깔기를?

영혼의 울음으로 약해진

내 어깨가 눈물방울처럼 축 처지기를 원하겠지

나의 당돌함이 너를 괴롭혔나?

그걸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

…(중략)

너는 너의 말들로 나를 쏠 수 있고,

너의 눈빛으로 나를 조각낼 수도 있고,

너의 증오로 나를 죽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생명처럼, 나는 다시 일어날 거야.

나의 섹시함이 네 속을 뒤집었나?

내가 넓적다리가 만나는 곳에

다이아몬드를 품은 듯 춤을 추어서,

네가 많이 놀랐나?

부끄러운 역사의 오두막으로부터

나는 일어서리

고통의 뿌리인 과거로부터

나는 일어서리

나는 검은 바다, 뛰어오르고 퍼지고,

파도 속에 솟구치고 부풀어 오른다.

테러와 공포의 밤들을 뒤에 남겨두고

나의 선조들이 내게 준 선물들을 안고서

나는 일어서리,

나는 노예들의 희망이며 꿈이니.

마땅하고도 당연하게

나는 일어서리.

You may write me down in history

With your bitter, twisted lies,

You may tread me in the very dirt

But still, like dust, I’ll rise.

Does my sassiness upset you?

Why are you beset with gloom?

’Cause I walk like I’ve got oil wells

Pumping in my living room…

You can shoot me with your words,

You can cut me with your eyes,

You can kill me with your hatefulness,

But still, like life, I’ll rise.

Does my sexiness upset you?

Does it come as a surprise

That I dance like as if I have diamonds

At the meeting of my thighs?

Out of the huts of history’s shame

I rise

Up from a past that’s rooted in pain

I rise

I’m a black ocean, leaping and wide,

Welling and swelling I bear in the tide.

Leaving behind nights of terror and fear

I rise

Into a daybreak that’s miraculously clear

I rise

Bringing the gifts that my ancestors gave,

I am the hope and the dream of the slave.

And so, naturally

I ri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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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시인
최영미 시인
결혼해 미국에서 살던 동생을 방문하러 가는 길에 LA의 서점에서 마야 앤젤루(1928~2014)를 발견했다. 1999년 여름이었다. 서점에 깔린 아주 작은 판형의 얄팍한 시집이 눈에 들어왔다. 흰 바탕에 파란 글씨, ‘On the Pulse of Morning’이라는 제목 옆에 새겨진 “대통령 취임식 시”라는 문구에 호기심이 생겨 책을 집어들었다. 세상에! 이런 시집도 있네. 시 한 편만으로 시집을 엮다니. 목차도 없고, 페이지도 매겨지지 않은 참 희한한 책을 훑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어느 흑인 여성시인이 축시를 낭독했다는 뉴스를 얼핏 들은 기억이 났다.

아, 그녀가 마야 앤젤루였구나. 현존하는 미국 여성시인의 시가 궁금해 마야의 시집뿐만 아니라 에세이도 한 권 샀다. 미네소타에 사는 동생 집에서 2주일간 머물 예정이라 지루한 시간에 읽을거리가 필요했다.

기나긴 취임식 축시는-대개의 행사시가 그렇듯이-딱딱하고 어려웠지만, 마야의 에세이집 ‘Wouldn’t Take Nothing for My Journey Now’는 재미있었다. 동생 집의 2층 서재에서 깁스를 두른 팔로 책을 안고 마야의 세계에 푹 빠졌다. 손목뼈에 금이 가는 사고를 당해 깁스를 두르고 동생이 해 주는 밥을 먹으며 한 열흘 미국에서 쉰 다음 한국에 돌아와, 마야의 다른 책들도 주문해 받아보았다. 그녀의 시와 에세이를 읽으며 나는 흑인 여성의 삶을 이해하게 되었다. 미국에서 흑인이며 여성으로 산다는 것. 8살에 엄마의 남자친구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십대에 미혼모가 되어 버스차장에 요리사에 나이트클럽 댄서, 영화배우(드라마 ‘뿌리’에 조역배우로 등장한다)를 거쳐 마야는 작가가 되었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마야를 보고 나는 그녀의 소탈함에 반했다. 주름투성이의 늙은 얼굴이었지만, 자연스러운 품위가 넘치는 그녀는 아름다웠다. 오프라가 마야의 집을 처음 찾은 날, 마야는 오프라에게 시를 읽어 주고 음식을 만들어 같이 먹었단다. 마야의 자전소설 ‘나는 왜 새장 속의 새가 우는지 안다’(I Know Why the Caged Bird Sings)는 내가 읽은 20세기 미국의 최고 소설이었다. 자신의 감옥을 담담하게 글로 풀어낸 마야를 보며, 나도 소설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나온 소설이 ‘흉터와 무늬’인데, 내년에 개정판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흑인 여성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마야 앤젤루가 2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편안하며 복된 죽음이었을 게다.
2016-12-0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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