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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아재의 수다/황성기 논설위원

[길섶에서] 아재의 수다/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황성기 기자
입력 2017-02-19 22:20
업데이트 2017-02-1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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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라고 하면 여자들이 둘러앉아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도 될 법한 얘기를 조잘조잘, 그것도 오랜 시간 늘어놓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수다는 여자만의 것일까. 수다는 여자의 전유물이 아닌, 인간의 전유물이란 생각이 문득 든다. 즉 남자들에게도 수다는 얼마든지 존재하고 있다는. 남자의 수다는 요새 부쩍 증식 중이고, 성장 중이다. 옹색하지만 근거는 바로 나다.

잡담을 하거나 술을 마시면서, ‘쓸데없이 말수가 많음. 또는 그런 말’이란 국어사전의 정의대로 수다를 떨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어떤 때는 친구들 서넛 모여서도 여자 못지않은 수다를 떠는 ‘우리’를 그 자리에서 만난다. 부부끼리 모이는 저녁자리에 갔다가 귀갓길 아내로부터 “당신, 너무 수다를 떤 것 아니냐”는 ‘지적질’을 당했다. 타인도 나를 수다쟁이로 느꼈다니, 충격이다.

남자의 수다, 더 좁혀 말하면 아재의 수다는 정당하다. ‘남자는 수다를 떨어서는 안 된다는 오랜 관습과 억압에 눌려 있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가설은 나를 위한 변명에 불과하지만. 나잇살 들어 가까스로 억압에서 해방된 아재의 수다를 너그러이 허해 주시라.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2017-02-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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