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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훈 기자의 정치샤워]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장세훈 기자의 정치샤워]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장세훈 기자
입력 2017-03-07 22:42
업데이트 2017-03-08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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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훈 정치부 기자
장세훈 정치부 기자
“국제화와 세계화의 차이가 뭐꼬?”(김영삼 전 대통령)

“국제화를 세게 하면 세계화입니다.”(YS 정부 청와대 참모)

“세게 하래이.”(김 전 대통령)

1990년대 서점가를 휩쓸었던 풍자 유머집 ‘YS는 못 말려’에 나올 법한 얘기처럼 보이지만, YS 정부 시절 청와대에 몸담았던 한 참모가 전한 실화다(물론 세계화라는 정책 어젠다는 치열한 고민과 논의 끝에 채택됐으며, 이를 폄훼하려는 의도는 결코 아니다).

이후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2000년대에는 ‘글로벌 스탠더드’로 상징되는 세계화가, 2010년대 들어서는 세계화를 기반으로 국가 위상과 국민 소득 향상에 초점을 맞춘 선진화가 각각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됐다.

그러나 세계화나 선진화가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쳤을지는 몰라도 2000년대 이후 우리 사회를 규정하는 표현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오히려 세계화와 선진화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적으로는 ‘태극기 집회’와 ‘촛불 집회’로 대표되는 보수와 진보의 이념 갈등이 치유하기 힘든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경제적으로 세계를 호령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생겨난 반면 빚에 허덕이는 영세 자영업자들도 수두룩하다.

사회적으로 양극화 문제는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모를 난제로 자리잡고 있다. 개인의 삶 측면에서도 직업 안정성에 기반한 ‘평생 직장’ 개념은 희석되고 은퇴 후에도 일거리를 찾아 헤매야 하는 ‘평생 노동’ 개념이 득세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 과제를 매개로 한 대립과 반목, 분열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활화산처럼 분출되고 있다. 현 상태로라면 차기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우리의 대통령’은 없고 지지 여부에 따라 ‘나의 대통령’과 ‘너의 대통령’으로 나뉠 판이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시대정신이라는 표현이 정치권에서 자주 언급된다. 여야 대선 주자들의 캠프에서도 국민들이 무릎을 칠 수 있는 시대정신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시대정신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에 널리 퍼져 그 시대를 지배하거나 특징짓는 정신이다. 하지만 대선 주자들이 거론하는 시대정신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정신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

1960~1970년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궁핍의 문제를 해결하자 1980년대 산업화 시대가, 1970~1980년대 민중을 억압하는 독재에 맞선 결과 1990년대 민주화 시대가 각각 열렸다. 2017년 지금 사전적 시대정신이 우리 사회를 옥죄는 수많은 갈등과 분열이라는 ‘편가름’이라면 정치적 시대정신은 이념·세대·계층·지역 등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이른바 ‘융화’가 아닐까.

화해와 상생의 융화 시대를 열 대선 주자가 등장하길 기대한다. 이런 대선 주자라면 진영 대표나 계파 수장을 넘어 비로소 정치 지도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입니까. 또 시대정신을 풀어낼 대선 주자는 누구입니까.

shjang@seoul.co.kr
2017-03-0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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