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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탄핵당한 대통령의 ‘사저 정치’ 바람직하지 않다

[사설] 탄핵당한 대통령의 ‘사저 정치’ 바람직하지 않다

입력 2017-03-14 21:12
업데이트 2017-03-14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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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착오적 패거리 정치일 뿐…헌재 결정 승복하고 사죄해야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축으로 한 정치적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간 직후 박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한 자유한국당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의원들이 이른바 친박 보좌 그룹을 만든 것이다. 총괄·정무·법률·공보·수행 등 구체적인 역할까지 분담하고 있다. 해당 의원들은 인간적 정리에 따른 자발적인 봉사라고 하지만 탄핵을 반대하지 않았다면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현실과 동떨어진 시대착오적인 발상인 까닭에서다. 친박계 의원들은 박 전 대통령이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며 사실상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에 불복하는 메시지를 내놓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보좌 그룹을 구성한 데다 “역사적 판결은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며 탄핵 자체를 깡그리 무시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으로 파면된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불러온 당사자다. 그럼에도 국민의 세비를 받은 의원들의 보좌 그룹을 묵인한다면 정치 생명의 연장을 위해 패거리 정치의 작태를 복원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사저 정치’의 출발이다. 헌재의 탄핵 심판 이후 국정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 가능한 한 분열을 치유하며 통합으로 나가길 바라는 국민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친박계 핵심 의원들의 후안무치 역시 도를 넘었다. 탄핵과 동시에 폐족(廢族·큰 죄를 지어 벼슬할 수 없는 족속)을 선언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박 전 대통령을 내세워 정치적 입지를 지탱하고 지지 세력을 결집하기 위해 얄팍한 꼼수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90%가 탄핵에 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귀를 막은 것이나 다름없다.

박 전 대통령이 한국 정치사에서 적잖은 족적을 남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라는 식의 사저 정치를 구상한다면 일찌감치 미몽에서 깨어나야 마땅하다. 소위 ‘삼성동계’는 정당 정치를 요구하는 시대의 흐름과도 전혀 맞지 않는다. 정치의 역사를 되돌리는 꼴이다. 상도동계나 동교동계는 공개적인 정치 활동을 극도로 탄압하던 군사정권 시절의 부산물로 등장했다. 비공개적인 정치 무대가 불가피했던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합법적인 절차와 공정한 심판에 의해 탄핵된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박 전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헌재 결정을 수호할 의무가 있는 것이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던 과거 발언대로 헌재 결정에 승복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는 게 순리다. ‘진실’을 밝히지 못해 억울하다면 검찰의 수사에 당당하게 협조해 풀어 가야 한다. ‘보좌 그룹’을 중심으로 한 정치 세력화의 시도 자체를 포기해야 할 뿐만 아니라 지지층을 겨냥한 정치적 언행을 삼가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박 전 대통령 자신에 따른 혼란이 아닌 통합이다.

2017-03-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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