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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가 덮어씌운 성추행 누명…자살 내몰린 대학교수

동료가 덮어씌운 성추행 누명…자살 내몰린 대학교수

입력 2017-03-17 15:49
업데이트 2017-03-1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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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동료 교수가 제자 시켜 대자보 게시·허위 자백 강요…억울한 죽음 책임져야”

부산의 한 대학 교수가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누명을 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대학 당국 진상 조사와 경찰 수사 등을 통해 8개월여 만에 밝혀졌다.

17일 경찰과 동아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동아대 손모(35) 조교수는 부산 서구 자신의 아파트 9층에서 투신,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손 교수는 같은 해 3월 말 경주 야외 스케치 수업 이후 술자리에서 교수가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내용이 담긴 대자보가 학내에 붙으며 성추행 의혹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야외 스케치 이후 여학생을 성추행한 B 강사가 학교를 그만두고 성추행한 교수가 또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손 교수는 술자리에 동석한 다른 교수가 “성추행하지 않았다”는 진술서를 써 혐의를 벗는 듯했다.

하지만 두 달 뒤인 5월에 ‘성추행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겠다’는 대자보가 붙고 성추행 교수로 사실상 자신이 지목된 데 대해 억울함을 토로해 왔다는 것이 주변 전언이다.

손 교수의 유족은 경찰과 대학 측에 손 교수가 결백하다고 주장하며 수사를 요구했다.

조사에 나선 경찰은 문제의 대자보를 붙인 사람이 손 교수가 재직하는 학과의 학생 A(25) 씨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교수가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D 교수가 누가 그랬는지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해서 대자보를 붙였다”고 주장했다.

부산 서부경찰서는 허위 사실을 쓴 대자보로 인해 손 교수가 자살한 것으로 보고 지난해 12월 A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일단락된 것으로 보였던 이번 사건은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동아대의 자체 조사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또 다른 국면을 맞았다.

손 교수와 함께 야외 스케치 수업을 갔던 C 교수가 여학생을 성추행한 뒤 스승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이를 입막음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C 교수는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숨기려고 손 교수가 성추행한 것처럼 거짓 소문을 퍼트린 것으로 대학 측은 보고 있다.

특히 C 교수는 고참 교수의 정년 퇴임으로 자리가 비는 정교수 자리에 손 교수를 배제하고 자신의 후배를 앉히려 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동아대는 또 같은 과인 D 교수도 사건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D 교수는 지난해 4월 한 시간강사를 성추행했다는 투서가 총장 비서실에 접수되자 손 교수의 성추행 의혹을 내세워 관심을 돌리려고 A 씨에게 대자보를 붙이도록 종용한 것으로 대학 측은 보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교수가 돼 모교 강단에 서는 것이 꿈이었던 실력 있는 젊은 교수는 동료가 퍼트린 거짓 성추행 소문에 절망감을 느껴 스스로 삶을 접어야 했다.

동아대는 지난달 졸업을 앞둔 A 씨를 퇴학 처분하고 이달 3일 C 교수를 파면한 상태다.

손 교수의 유족은 “C 교수는 야외 스케치 뒤풀이 때 술에 취해 정신이 없었던 아들의 약점을 잡아 제자들과 짜고 성추행을 자백하라고 경위서를 강요하거나 학교를 그만두라고 협박했다”며 “D 교수는 정작 아들과 함께 야외 스케치를 가지도 않았던 A 학생에게 대자보를 쓰지 않으면 대학원에 진학 못 한다고 협박해 강제로 거짓 대자보를 쓰게 했다”고 말했다.

유족은 “아들이 C 교수 등에게 너무 시달려 학교를 그만두려 했으나 지도교수가 말려 그러지도 못했다”며 “학과 내 파벌싸움의 희생양이 된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고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동아대로부터 수사 의뢰가 들어오면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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