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길섶에서] 시골/박홍기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시골/박홍기 수석논설위원

박홍기 기자
입력 2017-03-19 17:40
업데이트 2017-03-19 18:4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봄의 색깔이 드러난다. 논둑이 파릇파릇하다. 누런 풀 사이로 새싹이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쪼그려 앉은 아낙들의 손놀림이 가볍다. 바구니엔 냉이, 쑥이 수북하다. “시내에 사는 분들이란다.” 어머니가 한 말씀하신다. 봄나물 값도 웬만하니 시내에서 쉬엄쉬엄 시골까지 와서 봄을 캐는 것이다.

논둑은 쓸모가 많았다. 봄철엔 나물이, 여름 초입엔 콩이, 가을엔 수수가 있었다. 봄나물은 자연이 거저 준 선물이다. 어른들은 봄이 오면 틈나는 대로 논둑에 나가 나물을 채취해 시장에 내다 팔곤 했다. 모가 뿌리를 내릴 즈음 논둑에 콩을 심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땅을 파고, 콩 서너 개를 넣은 뒤 재를 덮었다. 전부 다 옛날 얘기다.

시골은 늙었다. 젊은이도, 애들도 찾아보기 힘들다. 나물을 캐러 들판에 나갈 어른들도 없다. 논둑에 콩을 심을 여력도 없다. 심어봤자 고라니 먹이다. 땔감을 대주던 산이 잡목으로 덮인 지 한참 됐다. 논농사, 밭농사는 기계들의 차지다.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정(情)이다.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만나는 이들과 살갑게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곳, 시골이 포근한 이유다.

박홍기 수석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17-03-20 27면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