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지원? 돈이 없다”…한때 5천억원 문예기금 내년엔 ‘0원’

입력 : 2017-03-20 14:15 ㅣ 수정 : 2017-03-2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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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체육·방송통신기금 의무 출연 법제화 등 재원확충 방안 거론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대표적인 정부 지원자금인 문화예술진흥기금(이하 문예기금)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몇년간 ‘블랙리스트’ 파동으로 문예기금 차등지원 시비가 벌어졌지만, 더 근본적으로 문예기금 자체가 내년이면 소진될 위기여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0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따르면 문예기금의 잔고는 2004년 말 5천273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문예기금의 주요 조성원인 공연장·박물관·미술관 등의 입장료에 일정액을 부과하던 모금방식이 2003년 말 위헌 결정으로 폐지됐다. 이후 십여 년간 이렇다 할 재정확충 없이 사업비 부족분을 기금에서 헐어 쓴 결과 올해 연말에는 잔고가 422억원으로 쪼그라든다.

연간 감소율은 2009년까지는 4.7∼8.6%로 한 자릿수였으나, 2010년 20.1%가 급감해 2천988억원으로 잔고가 줄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2014년엔 35.4%(잔고 1천547억원), 2015년 28.2%(잔고 1천110억원), 2016년 26.8%(잔고 813억원)로 감소폭이 컸다.

올해는 감소폭이 48.1%에 달해 422억원만 남게 되며, 이런 추세라면 2018년에는 잔고가 없어진다.

이는 ‘문화융성’의 기치 아래 재정확충 없이 문화복지 위주의 지원사업을 확대한 결과다. 동시에 현장 예술인의 예술창작 활동에 대한 지원은 급감해 문예기금에서 지원한 순수 창작지원금은 2014년 522억원에서 2015년 317억원, 2016년 274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는 245억원이 되며 이는 문예기금 전체 집행 예산의 11%에 불과하다.

문체부는 문예기금 재원확충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우선 검토 중인 방안은 관광개발진흥기금과 국민체육진흥기금에서 문예기금에 안정적인 출연이 가능하도록 법제화하는 것이다.

관광·체육기금은 현행 규정상 문화예술 분야에 기금을 사용할 수 있게 돼 있고, 실제로 이를 근거로 작년과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기금별로 500억 원씩 총 2천억 원을 문예기금에 출연했다. 하지만 이는 임의규정으로 매년 출연을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방송통신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방송통신발전기금 일부를 문예기금에 출연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현재 문예기금의 주요 재원인 복권기금의 출연 비중을 높이는 것도 유력한 방안으로 논의된다. 소외계층의 문화향유 사업에 한정한 복권기금 사용 범위를 예술창작 지원으로 확대하거나, 지출 부담이 큰 문화누리카드(소외계층용 통합문화이용권) 사업을 복권기금에서 전담하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 중이다.

이밖에 문예기금의 필요한 자금을 국고(정부예산)에서 직접 출연받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이 경우 매년 국고 지원을 받게 되면 정부 눈치를 보게 돼 기금 집행이 예속될 수 있다. 따라서 한 번에 수천억 원을 출연한 뒤 문예위의 자율적인 기금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타 기금 출연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한데 협의가 쉽지는 않다”며 “국고 출연 등은 새 정부의 의지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금 재원확충은 물론 지원의 우선순위와 방향을 정하는 것도 예술계와 논의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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