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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0년 ‘한양도성’ 세계유산 등재 무산…문화재청, 신청 철회

620년 ‘한양도성’ 세계유산 등재 무산…문화재청, 신청 철회

입력 2017-03-21 10:49
업데이트 2017-03-2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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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자문기구 “탁월한 보편적 가치 인정하기 어려워”

조선 시대부터 600여 년간 서울을 감싸 안고 있는 성곽인 ‘한양도성’이 세계유산에 등재되지 못하게 됐다.
낙산 주변의 한양도성에 어스름이 깔렸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낙산 주변의 한양도성에 어스름이 깔렸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화재청은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이코모스)가 이달 초 14명으로 구성된 패널 심사에서 한양도성에 대해 ‘등재 불가’ 판정을 내렸으며, 이에 따라 등재 신청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코모스는 각국이 등재하려는 유산을 심사해 ‘등재 권고’(Inscribe), ‘보류’(Refer), ‘반려’(Defer), ‘등재 불가’(Not to inscribe) 등 네 가지 권고안 중 하나를 선택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와 당사국에 전달하며, ‘등재 불가’를 받으면 등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도 등재 불가로 결론이 나면 해당 유산은 재신청이 불가능해 등재 신청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지난해 이코모스로부터 ‘반려’ 판정을 받은 ‘한국의 서원’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등재를 추진하던 유산을 세계유산위원회 회의라는 본선 문턱에도 올리지 못하게 됐다.

지난 1995년 주민들이 등재를 반대했던 ‘설악산 자연보호구역’과 2009년 ‘등재 불가’ 판정을 받은 ‘한국의 백악기 공룡해안’을 포함하면 네 번째 자진 철회다.

영주 소수서원, 경주 옥산서원, 정읍 무성서원 등 9개 서원을 묶은 ‘한국의 서원’은 서원들 사이의 공통점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1396년 축조돼 62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한양도성은 한국 고유의 사상인 성리학과 풍수를 근간으로 축조됐고 자연 지세를 살려 축성됐다는 점에서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번 이코모스 패널 심사에서 한양도성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있는 다른 도시 성벽과 비교했을 때 세계유산의 필수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문화유산의 경우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해당하는 기준이 모두 6가지인데, 한양도성은 3개를 신청해 하나도 인정받지 못했다.

문화재청이 한양도성의 등재를 신청하면서 선택한 기준은 ▲ (ⅲ) 살아있거나 사라진 문화적 전통, 혹은 문명의 특출한 증거 ▲ (ⅳ) 인류 역사의 주요 단계를 보여주는 유형의 건물, 기술의 총체, 경관의 뛰어난 사례 ▲ (ⅴ) 특정 문화를 표현하는 전통적 인간 정주지, 육지·바다의 사용 사례이거나 되돌릴 수 없는 변화의 영향으로 취약해진 환경과 인간의 상호 작용을 보여주는 사례 등이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각각 수도 경계의 상징성과 지속적 관리의 전통을 가진 유산, 지형과 일체화된 유기적 구조물이자 시기별 축성기술의 특징을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 풍수와 자연 지세를 활용한 수도 입지의 탁월한 사례라는 점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코모스는 “한양도성이 계속 수리되고 유지됐다는 점이 인상적이지만, 행정적으로 관리돼 오늘날까지 이어진 전통으로 볼 수 없다”며 “세계유산으로서의 탁월성을 가진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문화재청이 등재 신청을 철회함에 따라 한양도성은 올해 1월 문화재청이 등재 신청서를 제출한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 내년 신청 예정인 ‘한국의 서원’과 ‘서남해안 갯벌’에 이어 2019년 이후에나 등재를 다시 신청할 수 있게 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심사가 엄격해지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세계유산을 등재할 때 더 면밀하고 충분한 연구와 검토를 거치겠다”고 말했다.

문화재청과 함께 한양도성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해온 서울시는 “아쉬움이 많지만 탁월한 보편적 가치 부분을 보완해서 2020년을 목표로 다시 등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세계유산은 모두 12개다.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를 시작으로 1997년에는 창덕궁, 수원 화성, 2000년에는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이 차례로 등재됐다.

이후 2015년까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조선왕릉, 한국의 역사마을 : 하회와 양동, 남한산성,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차례로 세계유산이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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