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에게 학사 특혜 부탁 안 받아…학점·출석 관리, 교수 고유 권한”

최순실(61)씨 딸 정유라씨에게 학사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된 최경희(55) 전 이화여대 총장이 법정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최 전 총장의 변호인은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수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정유라가 입학할 당시엔 최씨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당시 피고인에게 보고된 내용은 그냥 누구(정윤회)의 딸이라는 정도”라며 “정윤회가 누구인지 몰랐다는 건 공소사실에서도 인정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당장 정유라를 뽑으라고 하는 건 상식에 반한다”고 말했다.

정유라의 학사 특혜 혐의에도 “최씨에게서 부탁받은 사실이 없다. 교수들에게 체육 특기생에 대한 관심을 표한 적은 있지만 출석하지 않아도 학점을 주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학점이나 출석 관리의 경우 교수가 전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고유 업무라는 걸 무시하고 있다”며 “총장이나 학장 등은 그 부분에 전혀 관여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국회에서의 위증 혐의에 대해서는 최 전 총장이 청문회에서 충분히 입장 표명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변호인은 “합리적인 질문과 답변 형태가 아니라 국회 의원들이 하고싶은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떠들고, 대답하려고 하면 멈추게 하는 식이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법정에 나온 최 전 총장도 국회 위증 혐의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변호사에게 정확하게 ‘최씨를 4번 만난 것으로 기억한다, 학교에서 한 번 뵌 것 같은데 정확한 기억은 안 난다’고 했는데, 국정조사에 가서는 그걸 다 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씨와 이화여대에서 만난 일을 먼저 설명하고 이후 사적으로 만난 부분을 얘기하려 했지만 추가 질문이 나오지 않았고 답변 시간도 충분하지 못해 말을 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최 전 총장은 이어 “내가 정확히 기억하는 건 (2015년) 12월 초 63빌딩에서, (2016년) 2월 말에는 (최씨가) 딸에 대해 걱정해 한남동에서 차를 한 잔 하며 신산업융합대학을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일부러 말을 안 한게 아니라는 취지다.

그는 “재판장께서 청문회 동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청문회는 증인이 말을 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는 장소”라고도 말했다.

최 전 총장은 특히 지난해 학생들의 퇴진 시위 끝에 총장직을 사임하고 사실상 요양을 떠났다는 말을 꺼내며 “그래도 국회에 가야 한다고 해서 최선을 다해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위증이 있을 수 있느냐. 더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제지를 당한 상황이었다”고 울먹였다.

이대 학사 업무 방해 혐의에 이어 교육부 감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추가 기소된 남궁곤 전 입학처장도 “총장에게서 정유라를 부정 합격시키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없는 만큼 감사 업무를 방해한 사실도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정씨에게 학점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된 이원준 체육과학부 학부장 측은 “사실 관계는 대체로 인정한다”며 “체육 특기자가 불출석했는데도 학점을 주는 잘못된 관행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하다 물의를 일으켜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씨와 공모했다는 부분은 부인했다.

이경옥 체육과학부 교수는 직접 “독일에 있는 정유라가 이메일로 과제물을 제출해 그에 준한 점수를 준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이달 29일 추가 준비 기일을 열어 심리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