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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울수록 치아 작고 콧구멍 크게 인간 진화”

“더울수록 치아 작고 콧구멍 크게 인간 진화”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7-03-21 17:32
업데이트 2017-03-21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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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벨기에·아일랜드 연구팀
“인류 코 모양 차이 기후변화 탓”
美·네덜란드 대학연구진도
“지구 더워지면 포유류 몸 작아져”


‘종의 기원’으로 유명한 영국의 진화학자 찰스 다윈은 1835년 남미 갈라파고스 제도를 여행하면서 섬에 사는 핀치새 13종의 부리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윈은 핀치새들의 부리 모양이 먹이 종류에 따라 다른 것을 보고 진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어 자연선택설을 주장하고 비둘기 교배실험 등을 통해 부리 모양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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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린스턴대 피터와 로즈메리 그랜트 부부는 갈라파고스제도의 대프니메이저라는 작은 섬에서 핀치새들을 43년 동안 관찰, 연구한 결과 환경의 변화가 핀치새 부리의 진화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동아시아 제공
미국 프린스턴대 피터와 로즈메리 그랜트 부부는 갈라파고스제도의 대프니메이저라는 작은 섬에서 핀치새들을 43년 동안 관찰, 연구한 결과 환경의 변화가 핀치새 부리의 진화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동아시아 제공
●핀치새 부리모양 연구로 진화론 뒷받침

이후 미국 프린스턴대 진화생물학자인 피터, 로즈메리 그랜트 부부는 1973년부터 지금까지도 갈라파고스 제도의 작은 섬 대프니메이저에서 2000여 마리의 핀치새를 연구하고 있다. 핀치의 몸무게, 깃털 색, 부리 크기, 먹이 종류, 짝짓기 습관과 상대 등을 모두 데이터로 만들어 2009년 다윈의 진화론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의 연구결과는 미국 과학저술가 조너선 와이너의 ‘핀치의 부리’라는 책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미국과 스웨덴 국제연구진은 갈라파고스 제도에 사는 핀치새 15종 120마리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ALX1이라는 유전자에서 나타나는 변이 때문에 부리에 변화가 생긴다는 사실을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해 다윈과 그랜트 부부의 연구를 뒷받침하기도 했다.

진화론의 핵심은 모든 생명체는 환경에 따라 진화한다는 ‘자연선택설’이다. 식생의 변화에 따른 적응이 진화인데 이는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PLOS 유전학’에는 사람의 코 모양도 기후변화에 따른 진화의 산물이라는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지도에서 A처럼 추운 고위도 지역 출신일수록 콧구멍의 폭은 좁고, B처럼 더운 저위도 지역 출신일수록 콧구멍의 폭은 넓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제공
지도에서 A처럼 추운 고위도 지역 출신일수록 콧구멍의 폭은 좁고, B처럼 더운 저위도 지역 출신일수록 콧구멍의 폭은 넓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제공
●지역 혈통별 3D 얼굴 촬영 특징 비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일리노이 어바나-샴페인대, 벨기에 UZ루벵, 아일랜드 더블린 트리니티칼리지 공동연구진은 추운 고위도 지방과 더운 저위도 지방 사람들의 코 모양이 기후에 따라 달라졌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남아시아, 동아시아, 서아프리카, 북유럽 혈통을 가진 476명의 3차원(3D) 얼굴 사진을 촬영해 특징을 비교했다. 그 결과 따뜻하고 습한 지역에서 살았던 민족은 콧구멍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은데 반해 북유럽처럼 춥고 건조한 환경에 사는 민족은 상대적으로 좁은 콧구멍을 가진 것이 발견됐다.

고위도 지방에 사는 사람의 콧구멍이 좁은 이유는 몸에 좋지 않은 차고 건조한 공기를 최소한으로 흡입함으로써 콧속 수분 함량과 온기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아슬란 자이디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유전학 교수는 “현재 인류의 코 모양 차이는 기후변화에 대한 자연선택으로 결정됐다”며 “그렇지만 현대에 들어와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과학과 의학이 등장하면서 기후에 대한 적응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 뉴햄프셔대, 콜로라도칼리지, 미시간대, 네덜란드 델프트공과대 공동연구진도 기후변화와 인류의 변화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 15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포유류의 몸집은 작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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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햄프셔대 지구과학과 연구진은 같은 종의 두 개의 치아 화석을 이용해 지구가 더워질 때 포유류의 크기가 작아졌다는 사실을 새로 확인했다. 오른쪽 작은 치아는 지구가 가장 더워진 시기에 살았던 동물의 것이다. 미국 뉴햄프셔대 제공
미국 뉴햄프셔대 지구과학과 연구진은 같은 종의 두 개의 치아 화석을 이용해 지구가 더워질 때 포유류의 크기가 작아졌다는 사실을 새로 확인했다. 오른쪽 작은 치아는 지구가 가장 더워진 시기에 살았던 동물의 것이다.
미국 뉴햄프셔대 제공
●포유류 몸집 작아지자 치아도 작아져

지금으로부터 5600만년 전 지구는 갑자기 평균온도가 5~8도 급상승하는 팔레오세-에오세 최고온기(PETM)를 맞게 됐다. 원래 온도로 되돌아가는 데 10만년 이상 걸렸는데 이 과정에서 지구상 수많은 생명체가 사라지고 포유류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게 됐다. 살아남은 포유류들은 모두 몸집이 작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구팀은 몸집과 치아 크기가 직접 연관성을 갖는다는 데 착안했다. PETM 전과 후의 말 치아 화석을 비교한 결과 PEMT 이전보다 이후의 치아화석이 30% 정도 작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이후 PETM 때만큼은 아니지만 다시 더워진 5300만년 전 에오세 최고온기 2기(ETM2)에도 이전보다 14% 정도 치아의 크기가 작아진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지구온난화기에 몸집이 작아지는 현상은 포유동물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진화반응으로 해석했다.

플로리다 자연사박물관 고생물학자 조너선 블로흐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기후변화가 포유류의 크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며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지구 온난화를 통해 미래에 동식물에 일어날 수 있는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동시에 기후변화의 가장 확실한 결과는 포유류의 체격 변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7-03-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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